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생각하지 않는 2023.10.18.물.



생각하지 않으니 새롭지 않아. ‘말’로는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생각하는 척’이기에 조금도 안 새롭지. 생각하니까 새로워. 새로우니 눈이 빛나. 귀도 입도 머리카락도 손도 발도 다 빛나. 생각하는 하루이니 스스로 살아나. 생각하지 않으니까 ‘하루가 없’어. ‘하루가 없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달종이(달력)’에 적힌 날짜는 ‘하루’가 아닌 ‘셈값(숫자)’이야. 셈값은 네 하루가 아니란다. ‘하루’란, 네가 스스로 생각해서 짓고 누리고 나누는 동안 모락모락 피어나는 이야기로 빛나는 씨앗 한 톨이지. ‘하루’는 ‘한 톨’이랄까. 즐겁게 하루를 그려서 살아가기에, 오늘 이곳에 씨앗을 새로 심어. 이 씨앗이란 생각이고, 생각은 무럭무럭 자라서 푸르게 우거지는 숲을 이루지. 생각을 한다면, 스스로 마음에 숲을 일구고 이룬다는 뜻이야. 생각을 안 한다면, 마음에 숲이 없을 뿐 아니라, 어지럽고 매캐하고 뿌연 안개가 감돈단다. 네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모든 어지럽고 매캐하고 뿌연 안개를 바로 너 스스로 녹여낼 수 있어. “모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여기겠니? 모르니까 생각을 해야지. “왜 이럴까?”나 “어떻게 이처럼 될까?”를 남한테 묻기 앞서 스스로 생각해 보렴. 네가 마음에 ‘스스로 생각하며 씨앗 한 톨 심기’를 하면, 네 마음은 이 생각씨앗이 자라도록 북돋운단다. 네가 몸을 움직이면서 겪고 느끼고 맞이하는 모든 하루는 ‘생각씨앗이 싹트고 자라서 이룰 숲’이야. 생각으로 가꾸는 마음이기에 늘 푸르면서 새롭게 빛나. 생각을 머금기에 마음이 가볍고 넉넉해서 문득문득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기운이 샘솟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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