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정복 : ‘내 것’이 아직 아니니, 나로서는 어느 것도 쓸 수 없다. ‘네 것’이라면 네가 쓰겠지. 너한테서 빼앗는대서 내가 쓸 수는 없다. 내가 너한테서 빼앗으면 ‘내 소유’라는 이름으로 둘 수 있더라도, 껍데기(허울·겉)를 곁에 둘 뿐이니, 이 껍데기로는 제값·속값을 못한다. 제값도 속값도 못하는 껍데기는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거꾸로 ‘내 소유’가 아닌 ‘네 소유’가 되도록 내 것을 너한테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이 또한 ‘정복’이 아닌 ‘강탈·강압’일 뿐이니, 너는 나한테서 빼앗은 그 껍데기(허울·겉)만 붙잡고서 나대는 셈이다. 우리가 저마다 ‘내 것’으로 삼는다고 할 적에는, 우리 손아귀에 거머쥐도록 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온마음을 다해서 지켜보고 가꾸어서 늘 새롭게 빛나도록 돌보는 길을 간다는 뜻이다. 거머쥐거나 빼앗으면서 무릎을 꿇려 보았자 껍데기일 뿐이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고, 살림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사랑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할 적에는 ‘우리 것(내 것)’을 오롯이 누리고 편다. 1997.8.14.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1997년 한여름.

군대에서 이런 쪽글을 남겼구나.

삶죽음 사이를 날마다 오가면서

안 미치고 제넋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고 생각하던

어느 날

중대장과 행보관 꼬락서니를 보고서

남긴 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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