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10.9. 한글날 한글달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해마다 돌아오는 한글날이지만, ‘한글’이란 이름을 지은 사람이 ‘주시경’인 줄 몰라보거나 잊어버리는 사람이 부쩍 늡니다. 10월 9일은 ‘훈민정음날’이 아닌 ‘한글날’입니다. 세종 임금하고 나란히 주시경 님을 기리고 헤아리고 떠올릴 노릇이지만, 우리는 가면 갈수록 “왜 훈민정음을 한글이란 이름으로 바꾸어서 모든 사람이 스스럼없이 즐겁게 말을 글로 담는 길을 틔우려 했는가?” 같은 대목을 모르거나 놓치거나 안 쳐다보고 맙니다.
지난 2011년부터 전남 고흥에서 살아옵니다만, 숲노래 책숲에서 모임은 드물게 열었어요. 그동안 ‘고흥 화력발전소 반대운동’이라든지 ‘고흥 폐기물처리장 반대운동’이라든지 ‘고흥 군사드론시험장 반대운동’에 늘 앞장서노라니, 숲노래 책숲으로 나들이를 하는 ‘고흥사람’은 고흥군청·고흥교육청에 밉눈(블랙리스트)으로 이름이 오르더군요. 그래서 고흥에서 살아가는 이웃님이 저희 책숲에 오시겠다고 하면 되도록 손사래를 치고서 고흥읍에서 만났습니다. 고흥 아닌 서울이나 인천이나 부산처럼 멀리서 오는 손님만 받았습니다.
유인촌이라는 분이 새로 문화부장관이란 자리를 맡으면서 밉눈(블랙리스트) 이야기가 새삼스레 불거지는데, 그곳에만 밉눈이 있을까요? ‘지자체 밉눈’을 다룬 글(신문기사·언론보도)은 아직 못 봤습니다. 바다살림으로 어마어마하게 돈을 버는 시골이 고흥인데, 핵발전소·화력발전소·폐기물처리장·군사드론시험장에다가 ‘나로도 우주발사기지’는 바다살림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끔찍한 짓입니다.
고흥 나로섬에서 ‘미사일(우주발사체)’을 쏘면, 떨림(진동·소음)으로 갯살림이 떼죽음입니다. ‘우주발사체를 쏠 적마다 고흥 갯살림이 떼죽음’이라는 이야기는 2011년부터 2023년까지 글(신문기사·언론보도)로 딱 하나만 보았어요. 이마저도 어느 날 ‘찾기(포털 검색)’에서 사라지더군요.
밉눈이든 꽃눈이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미워하거나 좋아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밉눈을 뜬다면, 남이 아닌 나를 갉다가 죽이고 말아요. 우리가 꽃눈을 뜰 적에는, 남이 아닌 나를 살찌우지만, ‘화이트리스트’를 움켜쥘 적에는 바보눈에 사로잡혀서 그만 수렁에 잠겨요.
우리는 왜 한글날을 맞이할까요? 하루만 말글을 돌아보아서 우리말하고 우리글이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적어도 ‘한글달’이란 이름으로 달포쯤 말글을 살필 일이 아닌가요? 또는 ‘한글해’란 이름으로 한 해 내내 말글을 살피고 살찌우고 살리면서 생각을 틔울 노릇일 텐데요?
우리나라가 바뀌려면 우두머리만 갈아치워서는 안 됩니다. 벼베개(콤바인)를 쓰지 말고, 낫으로 벼베기를 할 일입니다. 시골사람도 서울사람도 한가을에 논으로 두레를 오기를 바라요. 낫으로 논에서 벼를 베면서 들노래를 부르고, 새참을 누리면서 아이들이 맨발로 나무타기를 하면서 실컷 놀 수 있기를 바라요. 10월 한가을에는 서울도 시골도 ‘한글달’이라는 이름으로 논살림하고 말살림을 북돋우는 나날을 누리기를 바라요.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저절로 한나라(남북통일)를 이룰 테고, 어느새 아름나라(선진국)로 피어나겠지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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