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The Complete Maus 합본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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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10.6.

책으로 삶읽기 835


《쥐 2》

 아트 슈피겔만

 권희섭·권희종 옮김

 아름드리

 1994.9.1.



《쥐 2》(아트 슈피겔만/권희섭·권희종 옮김, 아름드리, 1994)을 펴면 《쥐 1》 못지않게 ‘돈있는 사람이 어떻게 죽음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쉬운가’를 잘 보여준다. 이뿐 아니라, 싸움판에서 무너진 독일을 바라보면서 ‘쌤통’이라 여기는 대목이 나온다. 숨이 턱 막힌다. 싸움판이나 총칼이 무엇인가? 싸움질이나 총칼은 너나를 안 가릴 뿐 아니라, 모든 사랑을 짓이겨서 우리 스스로 바보로 뒹굴면서 죽음수렁에 갇히도록 내모는데, 어떻게 이처럼 그릴 수 있을까? 그러나 다시 헤아려 보면, 그린이는 이러한 눈길로 살아왔을 뿐이다. 가난해 보지 않은 이가 가난을 어떻게 그리겠는가? 돈도 이름도 힘도 없어서 ‘총알받이 땅개(육군 보병)’로 끌려가서 두들겨맞고 짓밟히면서 스러진 숱한 사람들로 살아낸 적이 없다면, ‘정의로운 역사를 만화로 표현하겠다’는 거룩한 허울을 내세울밖에 없겠지. 나치도 ‘정의’를 내세웠고, 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승만·박정희도 ‘정의’를 내세웠다. 그런데 ‘김대중·노무현·문재인’도 ‘정의’를 내세웠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진보’를 말하려는 이들도 ‘정의당’ 같은 이름을 쓴다. 시골에서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꾸리면서 풀꽃나무를 품는 ‘부자·정의세력’을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돈과 이름과 힘이 있으면 하나같이 시골을 떠나고, 언제나 ‘서울에서 정의를 펴고 지켜야 한다’고 외치더라. 아트 슈피겔만 씨가 남긴 《쥐》는 ‘부자는 어떻게 나치하고 한통속이었거나, 죽음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 책이라고 느낀다. 끔찍한 수렁터에 사슬터에서 ‘작고 수수하고 힘없고 이름없고 돈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억눌리고 짓밟히면서도 사랑을 품고 살림을 가꾸고 아이를 돌보았는지를 읽어내고 싶다면, ‘구드룬 파우제방’ 님이 남긴 글을 읽어 보기를 바란다. 부자라서 나쁠 까닭은 없다. 그저 ‘부자라는 권력’에 길든 나머지 속빛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들이 딱해 보일 뿐이다.


ㅅㄴㄹ


“어렸을 때 말야, 내 부모 중 한 분밖에 구할 수 없다면 누구를 나치의 화로에 들어가시게 할까 고민하곤 했지. 대개는 어머니를 구해 드리곤 했다구. 이게 정상인 것 같애?” “정상인 사람은 없어요.” (14쪽)


“헌데 왜 영어를 공부하시는 겁니까?” “난 폴란드어뿐만 아니라 독일어까지 하지. 그래서 카포가 된 거라구. 아니면 너처럼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야. 지금 연합군이 독일제국을 폭격하고 있어. 그들이 이 전쟁에서 이길 경우, 영어를 알아두면 쓸모가 있을 거야!” (32쪽)


“전 함석을 한 지 몇 년밖에 안 됐어요. 어떻게 잘라야 할지 보여만 주시면 금방 배우죠.” “하! 슈피겔만, 넌 평생 제대로 일해 본 적도 없어! 널 잘 알고 있어. 넌 큰 공장을 갖고서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이 더러운 자본가! 쳇! 너 같은 쓰레기는 여기 있고, 진짜 함석장이는 굴뚝으로 사라지니.” (47쪽)


“뷔르츠부르크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세상에! 말이 아니었어! 건물 한 채 제대로 서 있는 게 없었어. 우리는 흡족해서 떠났지. 독일놈들도 자기들이 유태인에게 한 짓을 좀 맛보라고 말이야.” (13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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