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장례식 2023.9.28.나무.



손에 묻은 때는 물로 씻지. 땀을 실컷 흘린 몸도 물로 씻어. 물결은 바다가 언제나 맑도록 출렁거릴 뿐 아니라, 바닷물은 김·아지랑이·구름을 거쳐 모습을 바꾸어 이 별을 씻어. 비는 냇물을 이루고 샘으로 솟고 풀꽃나무에 스며서 너희 몸에 들어가지. 이때에 바닷물은 ‘비’로 바뀌다가 ‘풀·알·열매’로 바뀌더니 어느새 ‘피’로 바뀌지. 물로 겉몸인 살갗을 씻고, 피로 속몸(몸속)을 씻어. 그리고 너희 마음은 눈물로 씻는단다. 바탕으로 보면 모두 ‘같은 물’이되, 맡은 일이 ‘다 다르’면서 이름도 모두 달라. ‘산몸’은 빗물·냇물·샘물·바닷물로 살린다면, ‘죽은몸’은 어떻게 할까? 죽은 다음뿐 아니라 사는 동안에도, 몸은 ‘빛’으로 살리고 살찌우는데, 죽은몸으로 갈 적에는 ‘빛’으로 풀어내어 새길·새빛·새삶으로 가도록 북돋운단다. 그러나 ‘불빛’으로는 녹이거나 달래거나 씻거나 풀지 않아. ‘불길·불빛’은 부아(화)가 나는 굴레로 끌어가지. ‘별빛’으로 달래렴. ‘꽃빛’으로 녹이렴. ‘초빛(초를 켠 빛)’으로 풀고, ‘숨빛’을 곁에서 ‘말빛’으로 들려주렴. 주검길을 다루는 주검터(장례식장)에서 무엇을 하니? 죽은몸을 고이 풀고서 ‘죽은몸에서 나온 넋’이 새롭게 꿈길을 그리도록 찬찬히 북돋우거나 이야기하니? 아니면, ‘꽃·초·말’은 있되, 불빛으로 환한 채 별빛을 막니? 마음을 살리는 빛을 보고 나누면서, 죽은몸을 기리고 산몸을 그리기를 바라. 넋이어야 사람인 줄 함께 보고 느끼고 나누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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