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교복지원금 2023.9.25.달.
걷지 않고 버스를 타면 빠르고, 택시를 타면 더 빠르고, 기차를 타면 더 빠르고, 비행기를 타면 더 빠르다고 여기는구나. 그러나 네가 마음길을 틔워서 훅 가로지르면 가장 빠르지 않아? 너는 왜 빨리 가야 하니? 너는 왜 둘레를 느긋이 보고 느끼고 받아들이고 배우면서 사랑하는 길하고는 등지니? 돈이 있으면 다 되니? 돈이 많으면 다 이루니? 너희는 아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세 해나 여섯 해 동안 ‘다 다른 모든 아이한테 틀에 박은 차림새’에 길들도록 배움옷(교복)을 입히려 하더구나. 그 배움옷은 왜 입히니? 그 옷을 입혀야 배우니? 옷을 안 갖추면 못 배우니? 앞으로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 다르게 꿈을 그리고, 누구나 다르게 하루를 누리고, 언제나 다르게 오늘을 지으면서, 날마다 다르게 초롱초롱 배우고 짓고 펴고 사랑할 일이지 않을까? ‘가을’이어도 같은 가을은 없어. ‘봄’이어도 같은 봄은 없어. 들깨밭에서 나는 들깨는 모두 달라. 똑같은 들깨가 아닌 다 다른 들깨가 자라고, 다 다르게 생긴 들깻잎에 들깨씨에 들깨꽃을 이룬단다. 들깻잎이 모두 같아야 좋니? 아마 ‘돈이 되려는 굴레’라면 모두 틀박이마냥 똑같아야겠지. ‘교복지원금’은 어디에 이바지하고, 누구를 도울까? ‘교복지원금’이 아닌, ‘어린이·푸름이 스스로 옷살림에 쓸 돈’을 그 나이에 줄 노릇이지 않을까? 실값에 바늘값을 주고서 손수 옷짓기를 하도록 가르치고 배울 일이지 않을까? 다 다른 사람으로서 다 다르게 배우고, 다 다르게 자라고, 다 다르게 꿈꾸어, 다 다르게 피어나는 꽃이라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 굴레를 쓰지 말고, 옷을 입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