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남이 해주는 밥 : “남이 해주는 밥이 가장 맛있더라.” 하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뜨악하다. 나는 “내가 지은 밥이 가장 맛있다.”고 밝힌다. 간장에 맨밥을 말건, 식은밥을 고추장에 비비건, 손수 짓고 차려서 누리는 밥이 가장 맛있다고 여긴다. 어떻게 남이 해주는 밥이 맛있을까? 이런 마음이라면 “남이 써주는 글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게 마련이고, “남이 일을 해주면 가장 수월하다”고 여기리라. 나는 언제나 “내가 스스로 쓰는 글이 내 마음을 살찌운다”고 여기고, “어떤 일도 고되거나 힘들 까닭이 없이 스스로 기꺼이 맡으면서 스스로 새롭게 거듭난다”고 여긴다. 이따금 “남이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고, 으레 “남이 쓴 책”을 읽지만, 언제나 “내 삶을 내 손으로 스스로 쓰”고, “내 하루를 내 눈빛으로 추스르고 갈무리해서 스스로 여미어 책으로 지”으려고 한다. 2004.10.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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