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돌려받는다 2023.9.24.해.
너는 무엇이든 한단다. 너는 말을 하고, 너는 말을 않고, 너는 글을 읽고, 너는 글을 안 읽고, 너는 네 발을 써서 걷고, 너는 안 걷고, 너는 자고, 너는 안 자고, 너는 웃고, 너는 안 웃고, 너는 먹고, 너는 안 먹고, 너는 숨을 쉬고, 너는 숨을 쉬는 줄 못 느끼고, 너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고, 너는 모든 말을 가려서 하지. 너는 네가 한 그대로 돌려받아. 네 말과 몸짓은 ‘씨앗심기’이거든. 네가 한 말은 네가 들을 말이야. 네가 읽은 글은 네가 쓸 글이야. 네가 한 짓대로 너한테 오고, 네가 그린 꿈대로 하루하루 흐르지. 네가 걱정을 하니까, 걱정스러운 일이 찾아와. 네가 싫어하니 싫은 일을 자꾸 봐. 네가 노래하니 둘레는 네 노래를 듣고서 춤추는구나. 네가 숨을 쉬니, 너는 이 숨을 내쉬어야 해. 들어오니 나가고, 나가니 들어와. 모든 삶은 물과 같아. 물처럼 흐르는 삶이지. 모든 사랑은 물빛과 같아. 어디서나 샘솟아 어디나 밝히고 녹여. 너는 어떻게 흐르는 물줄기이니? 네 몸은 어떤 물방울로 이루었니? 네 마음에는 어떤 물빛이 감도니? 모두 돌고돌아. 돌면서 돌아보고, 돌기에 동글동글 만나. 돌려고 하지 않거나 못 돌도록 막으니 모가 나고, 엉키다가 죽음수렁으로 가지. 돌지 않고 돌리지 않고 돌아보지 않기에 삶길도 살림길도 사랑길도 없어. 빛나는 사랑으로 꿈씨를 심고서 눈부신 노을을 담은 별 한 송이를 만나기를 바라. 네가 갈 곳은 어디일까? 네가 돌아갈 데는 어디일까? 네가 돌아보며 품을 자리는 어디일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