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9.27.

오늘말. 품새

참새가 낮알을 먹기는 하되 한때입니다. 겨울에도 마을 곁에서 조촐히 무리짓는 작은새는 마을 논밭이나 풀밭에 깃든 애벌레하고 거미를 숱하게 잡아먹습니다. 참새에 제비를 비롯한 작은새가 있기에 사람도 밥살림을 누려요. 푸르게 우거진 살림결을 읽는다면, 새랑 벌레하고 콩 한 알씩 나눌 줄 아는 품새를 잇습니다. 푸르게 빛나는 살림새를 안 읽기에 참새를 미워하고 풀죽임물을 마구 뿌리는 모습입니다. 풀죽임물은 풀만 죽이지 않아요. 모든 숨결을 키우는 길하고 등진 풀죽임물은 들풀도 풀벌레도 개구리도 뱀도 작은새도 반딧불이도 잠자리도 벌나비도 모조리 죽입니다. 어느 하나 안 살리고 안 기르는 풀죽임물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요? 바다밭이며 뻘밭이며 텃밭에 누가 드나드는 삶인가요. 삶결에 눈을 떠야지 싶습니다. 서로서로 얽히면서 환하게 이어가는 벼리를 바라볼 노릇입니다. 철마다 다르게 노래하는 새소리에 들소리를 읽을 일입니다. 길눈이 어둡다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하는데, 길꽃을 못 본다면 앞으로 걷는 길에 자꾸 넘어지게 마련입니다. 다 다른 숨붙이가 저마다 다른 품빛으로 하루를 짓는 뜻을 가만히 헤아려 봐요.

ㅅㄴㄹ


낟·낟알·먹다·먹는것·먹을거리·먹을것·밥·열매·주전부리·잡다·잡아먹다·집어먹다 ← 양식(糧食)

골·결·길·길눈·길꽃·글짜임·글틀·글월틀·말짜임·얼개·벼리·소리·틀·짜임새·판·판짜임·품·품새·품빛·모습·꼴·몰골·얼굴·빛·낯·터·티·듯·뜻·-새·살다·살림·삶·온살림·삶결·삶틀·살림결·살림길·살림새 ← 양식(樣式)

기르다·키우다·살리다·먹여살리다·기름집·기름터·우리·밭·물밭·바다밭·도와주다·돕다·이바지 ← 양식(養殖)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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