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덜덜 2023.9.20.물.



덥다고 여기니 땀을 흘려. 춥다고 여기니 덜덜 떨어. 재미없다고 여겨 딴짓을 해. 두렵다고 여겨 덜덜거리지. 무서운 줄 모르니 바보로 살고, 그저 무서우니까 덜덜거려. ‘무서움’이란 “문득 죽음을 느껴 섬찟한 결”이야. 죽음이란, 삶을 바라보려는 마음이 없기에 사랑이 죽어버린 곳에서 돋아난단다. 죽음은 ‘자라’지 않아. 죽음은 덩이를 키우려고 들지. 고요히 꿈을 북돋우는 밝은 밤이 아닌, 별을 안 바라보느라 꿈을 잊은 마음은, ‘까만고요’가 아니라 ‘시커먼 수렁’으로 잠긴단다. 죽음이란 시커먼 수렁인데, “몸을 잃은 듯싶으나, 이 잃은 듯싶은 몸에 사로잡혀서 ‘빛도 어둠도 없이 시커먼’ 곳에 스스로 가둔 셈”이지. 그래서 ‘죽은 몸’을 ‘주검’이란 이름으로 나타내. ‘죽음 = 몸에 갇힘’이야. ‘삶 = 마음에 날개를 다는 꿈’이야. 왜 덜덜 떨겠니? 삶을 피우려 하지 않거든. 왜 덜덜거리겠니? 죽은 몸에 스스로 가두거든. 죽은 몸에 스스로 가둔 사람은, 저처럼 둘레도 ‘시커먼 수렁’으로 덮어서 같이 갇히려 든단다. 너희를 살살 꾀지. 달콤한 말로, 부아낼 말로, ‘알(알맹이)이 없는 허울(껍데기)’을 그럴싸하게 꾸며서 너희한테 기웃거리지. 넌 무엇을 보고 느끼고 담겠니? 넌 날마다 ‘삶마음꿈사랑씨앗’이라는 길을 가겠니? 하루하루 다른 날인 줄 잊은 채 ‘새카만죽음수렁잿더미’라는 틀을 뒤집어쓰겠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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