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9.20.

오늘말. 터잡다


비가 내리면서 하늘이 맑아요. 비가 오래도록 안 내린다면 하늘빛이 뿌옇게 물들 테고, 풀잎도 나뭇잎도 먼지가 앉으면서 깨끗한 빛하고는 멀어요. 해가 나면서 골골샅샅 따뜻하게 어루만집니다. 알뜰살뜰 퍼지는 햇살에 햇볕에 햇빛은 모두 옹글게 살찌웁니다. 해를 머금은 풀하고 나무는 튼튼하게 자라요. 해를 쬐고 비를 마시고 바람을 먹는 사람들은 싱그러이 반짝이는 숨빛으로 하루를 삽니다. 오늘 몸을 두는 자리를 돌아봅니다. 어디에 터잡으면서 살림을 짓는지 생각합니다. 보금숲을 이룰 곳에 자리잡은 나날인가요? 더 얻거나 거두려고 다투거나 싸우는 데에 스미지 않았나요? 작은빛으로 나눔손을 펼 수 있습니다. 꼭 큰빛이어요 나눔밥을 누리지 않습니다. 마음도 생각도 숨결도 고르면서 곧게 가다듬어요. 차분하면서 참하게 생각을 깨워요. 남이 도와야 낫지 않고, 남이 안 돕기에 나쁘지 않아요. 스스로 웃고 노래할 줄 알기에 즐겁습니다. 풀잎처럼 깃들고, 바람처럼 머물 줄 알기에 오롯이 지내게 마련입니다. 가만히 손을 뻗어 손등에 나비를 앉힙니다. 부드러이 팔을 내미니 여치가 날아앉는군요. 머무르다가 갑니다. 네가 있고 네가 있는 오늘입니다.


ㅅㄴㄹ


맑다·깨끗하다·정갈하다·착하다·참하다·차분하다·낫다·나쁘지 않다·멀쩡하다·말짱하다·말쑥하다·알뜰하다·알차다·살뜰하다·온·옹글다·오롯하다·옳다·올바르다·바르다·곧다·곧바르다·똑바르다·즐겁다·좋다·얌전하다·곱다·고분고분·고요·조용·안 아프다·튼튼하다 ← 건전(健全)


머물다·머무르다·묵다·보내다·지내다·자리잡다·자다·살다·있다·계시다·깃들다·둥지틀기·터잡다·남다·녹아들다·붙다·뿌리내리다·뿌리박다·머금다·몸담다·몸두다 ← 상주(常住)


닷떡두고기·나눔밥·나눔빛·나눔손·작은나눔·작은빛 ← 오병이어(五餠二魚)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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