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9.12.

숨은책 859


《나는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

 편집부 엮음

 대한공론사

 1974.7.10.



  서울 아닌 인천에서 나고자라면서 익히 듣던 ‘수도권’이라는 낱말은 썩 들을 만하지 않았습니다. ‘서울곁’이나 ‘서울밭’에서 맴도는 사람들을 뭉뚱그리는구나 싶더군요. 이 인천에는 ‘서울에 못 간 사람’이 많습니다. 어느 모로 보면 ‘쓴맛(실패)’이지만, 달리 보면 ‘조촐살림’입니다. 스무 살을 넘고서 온나라를 두루 다니는 동안 인천처럼 골목마을이 드넓은 곳을 못 봤어요. ‘서울로 못 간’ 가난하고 작은 사람들이 그야말로 널따랗게 마을을 이루는 보금자리예요. 어느 날 문득 “인천은 골목밭이네!” 하고 깨닫습니다. ‘골목나무·골목집·골목꽃·골목빛·골목고양이·골목사람·골목아이·골목할매·골목살림·골목빨래·골목하늘·골목놀이’처럼 ‘골목-’을 넣은 낱말을 끝없이 지어 보았습니다. 《나는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이웃나라로 마실길을 나서는 사람이 품다가 이웃사람한테 건네라고 마련한 조그마한 꾸러미입니다. ‘관광객 = 외교관’이라고 내세우는 셈인데, 수수한 사람들이 숲빛으로 수더분하게 두런두런 수다꽃을 피우는 길이 아닌, 우쭐우쭐 자랑하라는 줄거리가 가득합니다. 작은마을은 나쁠까요? 작은길은 틀렸(실패)을까요? 나는 나를 말하고, 너는 너를 밝힙니다. 우리는 다르게 사랑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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