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유서 2023.9.7.나무.



하루를 여는 아침에 꿈을 새롭게 마음에 새기고 머리에 띄우는 사람이라면, 하루를 닫는 저녁에 삶을 가만히 짚으면서 새록새록 마음에 담고 머리에 놓지. 이렇게 하루를 살아가며 스스로 사랑일 적에는 “이제 끝말 한 마디를 마음에 심고서 새말을 품는 길로 갈까?” 하고 생각하지. 이른바 ‘유서’는 ‘끝말 + 새말’이야. 너희가 여태까지 살아온 모든 날을 하나씩 짚은 뒤, 이 삶을 함께한 몸을 놓기 앞서, 너를 둘러싼 사랑하는 사람한테 네 ‘옛꿈·오늘꿈·앞꿈’을 하나하나 밝히는 글·말이야. 애써 해온 일을 적고, 미처 이루지 못한 일을 적고, 앞으로 새몸으로 나아가서 이루려는 일을 적어. ‘어제·오늘·모레’ 셋을 하나로 모아서 적는단다. 싫었거나 좋았던 일을 적어도 돼. 다시 안 겪고 안 보고 안 하고 싶은 일을 적을 수 있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사랑을 느끼고 짓고 펴고 나누었는지 적을 만해. 다만, 너희가 적을 ‘마침글(유서)’은 ‘남들(식구)한테 해주기를 바라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해왔고, 스스로 마쳤고, 스스로 못 마쳤고, 새몸을 얻은 삶으로 지으려는 꿈’이 바탕일 노릇이야. 넌 스스로 할 수 있어. 네가 보기에 ‘못 한 일’이 더 많거나 가득할는지 모르겠는데, 네가 ‘예전에 입은 몸’을 내려놓을 적에 ‘마침글’을 제대로 안 적은 탓이란다. 이제는 ‘꿈글’도 ‘살림글’도 ‘마침글’도 제대로 적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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