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축복 2023.8.22.불.
누가 너한테 1000억 원을 주면 기뻐? 누가 너한테 1000원을 주면 안 기쁘고 시시해? 누가 너한테 1000억 원을 빼앗으면 골나니? 누가 너한테서 1000원을 훔치면 짜증스럽니? 가볍게 불어도 바람이고, 세게 불어도 바람이야. 봄에도 가을에도 햇볕은 햇볕이야. 새벽에도 밤에도 풀벌레는 늘 풀벌레로서 노래하지. 밤에 가득하든 낮에 안 보이든 별은 늘 별이지. 기쁨(축복·축하)이라면 크기가 없이 기쁨이란다. 빚이라면 그저 빚이야. 빛도 언제나 빛일 테지. 네 눈빛과 마음결에 따라서 이 하루는 기쁨(축복)이기도 하지만, ‘안 기쁨’이기도 해. 네가 앓든 낫든, 네가 잠들든 깨든, 네가 모르든 말든, 네가 고프든 굶든 부르든 푸지든, 늘 ‘기쁨이거나 안 기쁨’이야. 어떤 마음이니? 넌 네 말소리에 기쁨빛을 담니? 넌 네 발걸음에 기쁨빛을 얹니? 넌 네 몸짓에 기쁨빛이 물결치도록 스스로 다스리니? 주거나 받을 적에만 기쁨으로 여긴다면, 아무래도 ‘기쁨시늉·기쁨척·기쁨흉내’로 여길 만해. 기쁨은 줄 수도 받을 수도 없거든. 사랑을 누가 누구한테 주겠니? 주거나 받지 않는 기쁨·사랑·노래·꿈·빛·숨·이야기·말·넋이란다. 언제나 스스로 그려서 스스로 짓고 스스로 펴고 스스로 나누면서 스스로 훨훨 나는 동안 스스로 보고 느끼고 알아가는 기쁨이고 넋이야. 남을 ‘축복’하지 마. 너 스스로 기뻐하면서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