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3.
《獄中記·高原의 사랑》
루이제 린저 글/김문숙·홍경호 옮김, 범우사, 1975.9.25.
밤새 비가 시원히 내린다. 이른아침에 넷이서 짐을 꾸려 집을 나설 즈음 비가 그친다. 천천히 개는 하늘을 보며 이웃마을로 걷는다. 읍내에 닿아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새벽바람으로 움직이는 넷은 곯아떨어진다. 서울에서는 전철로 갈아타고 일산으로 간다. 길손집에 짐을 풀고서 한동안 등허리를 펴다가 할아버지한테 간다.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는 ‘두려움 + 미움 + 부아’라는 세 가지를 버무린 투정꾼이 되었다. 내 몸이 괴롭기에 왈칵거릴 수 있고, 내 몸이 아프기에 이웃을 헤아릴 수 있다. 몸을 내려놓을 즈음에 이르렀기에 사랑을 새롭게 배울 수 있고, 몸을 안 내려놓고 싶어서 둘레에 악다구니를 쓸 수 있다. 《獄中記·高原의 사랑》을 새삼스레 되읽는다. 요새는 되읽는 책이 많다. 어쩐지 요새 새책은 스스로 삶빛을 차분히 가누어 새길을 여는 씨앗으로 삼을 이야기하고는 먼 듯싶다. ‘팔릴 만한 책’을 써서 내놓으려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나누려는 사랑을 책으로 담아’서 어깨동무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글멋이나 글치레가 아닌, 살림빛에 사랑씨앗을 마음에 심는 길을 저마다 살피고 찾아나서면서 하루를 노래하는 이야기를 글쓰기로 이으면 아름답겠지. 사랑을 마음에 안 품기에 미워하고 두려워하고 불붙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