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티끌일까 2023.9.2.흙.
티눈은 작아. 참으로 작아. 그런데 이렇게 작게 나온 티눈을 쳐다보는구나. 그냥 ‘티’가 아닌 온갖 티로 숱하게 번질 밑동인 ‘눈’인 ‘티눈’이라 쳐다볼는지 몰라. 잎눈이나 꽃눈을 바라보듯 ‘티가 얼마나 어떻게 자랄는지 궁금’하기에 보니? 얼른얼른 아주 티나게 퍼지기를 바라기에 바라보니? 군더더기 같은 티끌이 보기싫어서 미움을 담아 노려보니? 너희 옛말에 “긁어 부스럼”이 있더구나. 부스럼을 긁으면 어찌 될까? 사라지니? 걱정이나 근심이나 미움이나 시샘이나 부아나 불길은 말이야, 보면 볼수록 불어나. 네가 티눈이며 티끌을 자꾸 보고 또 보고 미워하다가 노려보고 째려보면 어떻게 될까? 아주 조그마한 ‘티·티끌’은 가벼이 부는 바람에도 훅 날아가. 아주 작은 ‘티·티끌’은 빗물 한 방울에도 말끔히 씻겨. 너는 무엇이든 불리거나 늘리거나 키울 수 있어. 걱정을 쌓을 수 있고, 말썽을 늘릴 수 있고, 가난을 키울 수 있어. 왜 그럴까? ‘꽃눈·잎눈’이라는 ‘꿈눈’을 바라보려고 쓰는 마음이 아닌 ‘티눈’이라는 ‘불씨’를 바라보려고 쓰는 마음이잖니. 저절로 사그라드는 티눈에 티에 티끌한테 온마음을 기울일 셈이니? 네 온길을 바라보고, 네 온눈을 뜨고, 네 온사랑을 온빛으로 바라보면서 네 온하루를 가꾸고 누리겠니? 어느 쪽에 서도 너는 너야. 왼쪽도 오른쪽도 위쪽도 밑쪽도 가운쪽도 대수롭지 않아. 네 제자리를 보렴. 네 눈을 뜨렴.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으면 안 되니? 틈이 나야 싹이 날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