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9.


《식물기》

 호시노 도모유키 글/김석희 옮김, 그물코, 2023.5.30.



아침에 벼락비가 쏟아진다. 빗소리를 듣는다. 이 빗소리에 잠긴 시골을 돌아본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이 들려주는 수다를 듣는다. 빗줄기가 잦아들면 어느새 쩌렁쩌렁 퍼지는 풀벌레 노랫가락을 듣는다. 오락가락하는 비구름은 곧 갠다. 쉬엄쉬엄 하루를 보내면서 노래(시)를 판에 옮겨적는다. 포두중학교 길잡이 이웃님한테 드릴 노래판을 열아홉 자락 마련한다. 이튿날 두바퀴를 달리자고 생각한다. 끝여름 개구리 노랫자락이 어우러진다. 그래, 제비는 어느새 바다를 가로질러 더 따뜻한 고장으로 찾아가는 철이다. 이곳에는 선선하게 덮는 바람이 감싼다. 《식물기》를 곱씹어 본다. 나쁘지는 않으나 여러모로 아쉽다. 풀 한 포기랑 나무 한 그루가 어떻게 함께 살림을 짓는지 마음으로 지켜본다면 글을 확 다르게 쓰리라 본다. 풀벌레 한 마리랑 새 한 마리가 어떻게 나란히 삶을 일구는지 사랑으로 바라본다면 글은 그야말로 아주 다르리라 본다. 싸움(약육강식)이라는 틀로는 풀꽃나무도 들숲바다도 겉으로만 훑겠지. 사랑이라는 눈빛이기에 사람도 뭇숨결도 포근하면서 알뜰살뜰 보듬는 손길로 거듭날 만하다. 설거지도, 두바퀴도, 거닐기도, 아이돌봄도, 글쓰기도, 말하기도, 노래(시)도, 힘을 빼고 사랑씨를 심을 적에 즐거이 자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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