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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친일파가 뭐예요? ㅣ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8
김삼웅 지음, 방승조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6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 어린이 인문책 2023.8.31.
맑은책시렁 301
《선생님, 친일파가 뭐예요?》
김삼웅 글
방승조 그림
철수와영희
2023.6.25.
《선생님, 친일파가 뭐예요?》(김삼웅, 철수와영희, 2023)를 곰곰이 새겨 봅니다. ‘일본바라기’라고 할 적에는 ‘삶을 푸르게 사랑으로 짓는 살림길을 나아가는 수수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어리석은 우두머리·나리’를 그저 따라간다는 뜻입니다. 아름다이 살림길을 짓는다면, 일본이건 중국이건 미국이건 러시아이건 독일이건 스위스이건 덴마크이건 배우면 되고, 이웃으로 어깨동무하면 즐거워요. 그러나 어리석을 뿐 아니라 수렁에 밀어넣고 굴레를 채우려는 무리가 있으면 서슴없이 내칠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붓(연필·볼펜) 한 자루조차 제대로 여미지 못 합니다. 우리나라는 스스로 찰칵이를 벼리지 못 합니다. 일본에서 짓는 알뜰한 살림을 받아들이기에 ‘일본바라기’일 수 없습니다. 어리석게 스스로 굴레를 뒤집어쓰고서 ‘돈·이름·힘’을 거머쥐려고 하니 말썽입니다.
이를테면, 지난날 총칼에 짓밟히던 무렵 일본바라기였던 백선엽 같은 이는 나중에 ‘인천 사학비리 선인재단’을 매우 오래도록 꾸리면서 썩은짓을 일삼았어요. 바른길도 고운길도 안 걸은 이는 한때에만 일본바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돈·이름·힘’을 노리면서 온갖 굴레에 수렁에 사슬에 들러붙어서 사람들을 짓밟는 앞잡이 노릇을 했습니다.
이런 고얀놈은 으레 갈라치기를 꾀합니다. 사람들을 이쪽저쪽으로 갈라서 ‘이쪽에 서야 우리 쪽’이라고 외치면서 그들 뒷짓을 감추고 검은돈을 뿌리고 슬슬 돌라먹기를 하지요.
배를 곯고 고단한 나머지 한동안 넋이 나가서 허수아비 노릇을 하다가 뉘우친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다시는 굴레나 수렁이나 사슬에 휩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모든 검은짓을 물리치려고 힘썼습니다. 그저 ‘친일파’라는 이름에 매이기보다는, ‘돈·이름·힘’을 노리면서 온나라를 짓밟고 이웃을 괴롭힌 무리가 벌인 바보짓에 검은짓을 돌아보고 짚을 노릇입니다. 누구라도 잘못을 할 수 있겠지요. 잘못을 했으나 뻔뻔하게 굴러먹은 이가 있고, 잘못을 내내 뉘우치면서 고개숙인 이가 있어요.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매한가지입니다. 엉터리는 으레 엉터리예요. 무엇이 엉터리인지 차분히 짚으면서, 우리가 온누리를 사랑으로 일구는 새길을 바라보면서 모든 헛짓을 치워내는 어진 눈빛을 이 땅 아이들이 배우고 물려받도록 마음을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요.
ㅅㄴㄹ
일제가 패전할 때까지 징병과 징용 등으로 끌고 간 조선인은 총 80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202만 명이 일본의 침략전쟁에 동원되었어요. (92쪽)
이승만 정권 12년 동안 배출한 8명의 육군참모총장 중 일본 육사 출신이 5명, 만주군 출신이 2명, 지원병 출신이 1명으로 광복군이나 민족해방운동에 참여한 인사는 1명도 없었습니다. 학계·언론계·예술 문화 등 국가 전반에 걸쳐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어요. 그들은 동류의식이 강해서 함께 기득권을 지키고 이권을 나누면서 해방된 조국에서 떵떵거리며 살았습니다. (102쪽)
백선엽과 김흥준, 김석범, 송석하, 신현준은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고, 이종찬은 일본군 소좌 출신으로 일제로부터 무공훈장인 금치훈장을 받았어요.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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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80여 년이 되는 지금까지 친일파는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 너울길 여든 해가 되는 오늘까지 일본바라기는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6쪽
결코 과거사 문제가 아닙니다
→ 그저 지나간 일이 아닙니다
→ 한낱 옛날일이 아닙니다
18쪽
한국인을 노예로 삼고 자원을 빼앗아 자기들끼리 잘살겠다는 야욕 말입니다
→ 한겨레를 종으로 삼고 살림을 빼앗아 저희끼리 잘살겠다는 뱃속 말입니다
43쪽
학교나 행정 관서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토록 하고, 한국어를 쓰면 탄압했어요
→ 배움터나 나라 곳곳에서는 일본말을 쓰라 하고, 우리말을 쓰면 짓밟았어요
47쪽
해방이 되었지만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민족정기와 사회정의를 상실했습니다
→ 우리나라는 홀로섰지만 오랫동안 겨레얼과 삶넋을 잃었습니다
72쪽
독재와 부패 세력의 지배를 받게 되었지요
→ 가시울과 각다귀가 억눌렀지요
→ 쇠사슬과 곰팡이가 짓눌렀지요
7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