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8.29.
숨은책 835
《民族과 함께 歷史와 함께》
김종규 엮음
서울신문사
1978.8.15.
어릴 적에 ‘지기(반장)’를 뽑을 적마다 괴로웠습니다. 저는 지기에 나선 적은 없습니다만, 동무들이 지기에 나서고, 한동안 갈가리 찢겨요. 이쪽을 뽑네 저쪽을 뽑네 싸우고, “넌 누구네야?” 하고 들볶아요. 어느 쪽에도 안 서면서 “반장선거도 비밀투표잖아. 누구를 민다고 말할 수 없어. 너도 쟤도 다 한동무야.” 하고 말하면 이쪽한테서도 저쪽한테서도 미움받습니다. 그러면 그러려니 입을 다물면서 달포쯤 시달립니다. 달포쯤 지나면 비로소 ‘갈라치기(편파)’로 싸우던 일이 사라지고 그냥 뒤섞여 놀아요. 《民族과 함께 歷史와 함께》에 서울신문사 우두머리 김종규 씨가 ‘육영수 오빠’한테 드리면서 손글씨를 적은 “陸寅修 議員 惠存”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1978년에 이 책을 얼마나 많이 찍어서 뿌렸는지 헌책집에 꽤 오래도록 넘쳤다가 이제는 거의 사라졌는데 ‘박정희대통령―그 인간과 사상’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해바라기를 노린 쓰레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나라나 겨레를 사랑한다면, 이웃이나 숲을 아낀다면, 힘바라기라는 허튼짓을 멈추겠지요. 나라사랑이라면 어느 길(사상)이건 나라사랑입니다. 홍범도 님이나 김좌진 님은 똑같이 나라사랑이에요. 길이 다르다며 자르는 놈이란, 바로 ‘사랑 아닌 놈’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