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주면 2022.8.14.해.



줄 적에는 잊을 노릇이야. 주고서 잊기에 새로우면서 기쁘게 줄 수 있어. 받을 적에는 생각하지. 받은 사랑을 생각하기에 새로 받으면서 늘 웃을 수 있어. 어버이가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마음은 한결같이 사랑이야. 사랑이기에 주고 주고 또 주고 새로 주고서 끝없이 주는데, 새삼스레 줄 수 있어. 사랑을 받는 아이는 받으면서 자꾸자꾸 생각하면서 웃고 웃고 또 웃고 새로 웃으니 맑고 밝게 노래하는 하루를 이루지. 씨앗을 심고 가꾸는 손길도, 살림을 펴고 나누는 손도, 하루를 그리고 짓는 손빛도 늘 새록새록 생각하는 마음에서 자라. 그런데 ‘주면서 안 잊는다’면 마음이 무너져. “내가 이렇게 주고 해주고 베풀었다”는 마음이 늘면 늘수록, ‘사랑이 자랄 자리’가 사라진단다. ‘받으면서 자꾸 잊는다’면 마음이 사라져. “그동안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누구한테서 사랑빛을 누렸는가”를 잊는다면, 뱃살이 부풀고 자꾸 부풀다가 드디어 펑 터진단다. ‘주고서 안 잊는’ 사람은 미움이 늘면서 마음이 무너져. ‘받고서 잊는’ 사람은 미움이 크면서 마음이 사라져. 넌 어느 자리에 있니? 숲이 베푸는 사랑을 늘 생각하니? 해바람비가 나누는 사랑을 늘 헤아리니? 숲을 잊으니 마음은 미움투성이야. 나누는 비를 노래하지 않으니, 네 말에는 미운 물결이 흐르지. 네가 사랑을 펴면서 샘물이 되기를 바란다. 네가 맑은 샘물을 날마다 새로 마시면서 이 물빛을 새록새록 새기고 이 하루를 기쁘게 노래하고 웃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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