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뛸 수 있는 2022.8.13.흙.
뛸 수 있는 다리란, 걸을 수 있는 다리이고, 설 수 있는 다리에, 가거나 멈출 수 있는 다리야. 너희는 몸을 입었으니 다리를 써서 건너뛴단다. 너희가 따로 몸을 입지 않는다면, 굳이 건너거나 뛸 일이 없어. 몸을 뒤집어쓰지 않으면 ‘때·곳(시간·공간)’이 따로 없기에, 마음껏 흐르거든. ‘흐름’이란 ‘하나’란 뜻이야. 따로 몸을 쓰지 않기에 물처럼 빛처럼 바람처럼 하늘처럼 바다처럼 땅처럼 그저 ‘하나’이지. 이 ‘하나’는 얼핏 한 덩이로 보일 만한데, 하늘이나 땅을 ‘한 덩이’라 하지는 않아. 바다도 냇물도 그렇지. 별을 품는 온누리(우주)는 ‘한 덩이’가 아닌 ‘하나’이지. 너희가 사는 푸른별(지구)도 ‘한 덩이’가 아닌 ‘하나’야. ‘하나’라는 숨빛이자 넋일 적에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단다. 늘 모든 곳에 함께 있거든. 하나일 적에는 뛰지도 건너지도 가로지르지도 넘지도 않아. 그저 그대로 있어. 그대로 숨빛이기에 언제나 환하면서 어두운 고요이자 참이야. 너희는 몸을 입기에 ‘늘 빛이자 어둠’이 아닌, ‘낮하고 밤을 가르는’ 둘로 있는 빛하고 어둠을 따로 지어서 누린단다. 몸이란, 빛은 빛대로 느끼고 어둠은 어둠대로 보면서 삶이라는 길을 따로 그려서 맞아들이는 이야기라고 할 만해. 너희가 몸을 쓰지 않을 적에는 그저 그대로 하나이니까, 어디로 가지도 않고 갈 일도 없이 모든 곳에 있단다. 늘 스스로 모든 곳에 있으면, 모두 알고 모두 다스리지. 너희는 ‘다 안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려고 몸을 입었어. ‘다 모른다’는 길을 애써 나아갈 적마다 조금씩 자라나면서 새롭거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