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비누 2023.8.5.흙.



걸어다니는 사람은 걸으면서 맞이하고 보고 느껴. 집에 머무는 사람은 책을 읽든 안 읽든, 늘 스스로 마주하고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볼 틈을 내. 그런데, 밖에 나가서 돈을 버는 일을 하거나, 쇳덩이(자동차)를 몰면서 오간다면, 돈벌이를 봐야 하고 숱한 쇳덩이 흐름을 보아야 하기에, 마음을 들여다볼 틈이 없고, 마음을 들여다볼 틈을 낼 기운이 사라지지. 너는 오늘 어디에서 어떻게 하루를 여니? 너는 구름을 보고 해를 보니? 들숲바다에서 철마다 어떤 노래가 흐르고 퍼지는가를 느끼거나 아니? 구름이 가득해도 해가 있고 별이 있어. 넌 구름이 낀 하늘이기에 “해가 없다”거나 “별이 없다”고 믿거나 말을 하니? 구름이 짙어도 해랑 별이 있는 줄 똑똑히 알 뿐 아니라, 구름 너머 해랑 별을 알아볼 수 있니? 몸에 때가 끼거나 냄새가 나면 잘못일까? 너는 때랑 냄새를 옷으로 가려서 ‘마치 없다는 듯’ 꾸미니? 아니면, 때랑 냄새가 얼마나 어떻게 있는지 낱낱이 보고 느끼면서 ‘비누’로 씻고 물로 헹구고 바람으로 말리고 해로 북돋우니? 때는 씻어내면 돼. 부끄러울 일이 아니야. 즐겁게 씻고 웃으렴. 비누가 있으니 고맙게 받아들여서 씻으렴. 이 물줄기가 네 모든 때를 기꺼이 씻어 주고서 온누리를 맑게 돌보아 주는구나. ‘때를 벗겨서 가벼운 몸’으로 새롭게 오늘을 보고 하루를 그리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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