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8.5.

오늘말. 허물다


그대로 있으니 틀을 세웁니다. 새롭게 가려니 틀을 깹니다. 틀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틀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사람을 유난하거나 틀리다고 여깁니다. 틀을 안 세우는, 그러니까 모든 굴레를 허무는 사람은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고 꿈을 다스리고 사랑을 돌보면서 오늘을 보살핍니다. 틀을 세울 적에는 사랑을 살피지 않아요. 언제나 틀을 다듬는 데에 온마음을 쏟더군요. 틀이 아닌 사랑을 추스르는 사람은 언제나 보금자리를 토닥이고 살림살이를 손보고 집안을 가다듬습니다. 틀이란, 나쁘지도 낫지도 않습니다. 틀을 세울수록 서로 다른 길을 등지면서 그만 부딪힐 뿐입니다. 저마다 다른 줄 안다면, 고루고루 다른 숨결인 줄 돌아봐요. 다른 숨빛을 보듬지 않기에 그만 잘못을 따지고 맞받아 깨뜨리거나 무너뜨리려고 애씁니다. 가만히 멈춰서 볼 수 있을까요. 우리 마음부터 쓰다듬고, 이웃 손길을 두루 마주할 수 있을까요. ‘하나’란, “하늘인 나”이기도 합니다. 나도 하나이고, 너도 하나입니다. 우리는 다 다르게 하나이면서 마음과 꿈과 뜻과 사랑을 나누는 하늘입니다. 애써 맞추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잘과 잘못이 아닌 삶을 고르면 되어요.


ㅅㄴㄹ


잘·알맞다·고루·골고루·두루·다듬다·가다듬다·비다듬다·쓰다듬다·맞추다·둘러맞추다·다루다·달래다·다독이다·다스리다·돌보다·돌아보다·보살피다·보듬다·살피다·보다·나누다·노느다·고르다·추스르다·토닥이다·손보다·손질하다·만지다·매만지다 ← 안배


다르다·남다르다·유난하다·틀리다·어긋나다·잘못·엉뚱하다·엉터리·맞지 않다·나쁘다·맞서다·맞받다·부딪히다·깨다·깨뜨리다·깨부수다·부수다·무너뜨리다·허물다·틀깨기·새롭다 ← 이단(異端), 이단아, 이단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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