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2023.8.4.

나는 말꽃이다 145 문해력



  갑자기 자주 쓰는 말씨가 있습니다. ‘테라피(therapy)’라는 영어는 ‘치료·치료법’을 뜻할 뿐인데, 한자말 ‘치료·치료법’을 밀어내며 확 뻗어요. 우리말 ‘고치다·달래다·풀다·보듬다·어루만지다·바로잡다·쓰다듬다·다독이다·추스르다·씻다·털다’는 차츰 잊히는구나 싶습니다. 한자말이나 영어도 쓸 만하면 쓰면 되나, 멀쩡한 우리말을 안 쓰고 한자말이나 영어여야 멋스럽거나 좋아 보이거나 새롭다고 여기는 물결이 매섭습니다. ‘문해력(文解力)’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이 새삼스레 다시 쓰이는데, “글을 읽고 헤아리는 힘”이라면 ‘글힘’처럼 쉽고 단출히 우리말로 나타낼 만합니다. ‘읽는힘’처럼 새말을 지어도 어울립니다. ‘글읽기’처럼 새말을 엮어도 되어요. 한때 영어 ‘리딩(reading)’이 쫙 퍼진 적 있으나 이제는 이 영어를 예전처럼 쓰지는 않더군요. 밀물썰물 같습니다. 새물결을 함께 올라타야 안 뒤처진다고 여기니 자꾸 온갖 영어랑 한자말에 휩쓸리는구나 싶습니다. 스스로 늘 새날을 누리고 새길을 닦으며 새빛을 품으면, 우리답게 우리 새말을 짓는 마음으로 피어나겠지요. ‘테라피·치료’나 ‘문해력·리딩’이 아닌 ‘다독임·쓰다듬’에 ‘글힘·읽기’를 아이들한테 물려줄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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