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2023.7.29.

나는 말꽃이다 144 중립기어 (‘주호민 갑질’을 보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중립’도 아닌 ‘중립기어’란 말씨가 퍼졌습니다. 쇳덩이(자동차)를 안 모는 사람은 알아들을 길 없는 이런 말씨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마음이란, 막상 가운데(중립)에 서려는 뜻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왼쪽이 옳거나 오른쪽이 그를 수 없습니다. 가운데는 낫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그저 다른 자리입니다. 아기가 뜨거운 국이나 불에 손을 대려 해도 지켜보면서 ‘중립기어’를 박는가요? 덩치 큰 아이가 어린 동생 뺨을 때리고 응큼질(성추행)을 어른 눈앞에서 일삼는데 그저 바라보며 ‘중립기어’인지요? ‘민주주의 = 대화 + 타협’입니다. ‘중립기어’가 아닌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펴서, 어질게 일을 풀고 맺으라는 뜻입니다. 하나하나 짚고 차근차근 보면서, 알맞게 살리고 따끔하게 치울 곳을 살펴야 ‘어른·어버이’입니다. 오늘날 ‘중립기어 = 팬덤·방관’이지 싶습니다. 팔짱을 끼고 불구경을 하는 몸짓이 ‘중립기어·팬덤·방관’입니다. 왜 ‘박근혜 탄핵·퇴진’을 했나요? ‘선택적 진보’로 기우는 ‘중립기어’라면 스스로 망가집니다. 낱말책은 ‘중립(중립기어)’을 안 합니다. 끝까지 파헤쳐서 낱말풀이를 제대로 하고 보기글을 붙입니다. 두루뭉술하다면 낱말책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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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인 해남·고흥에 ‘포스코 대형 핵발전소·화력발전소’를 몰래 밀어붙이는 일에 ‘중립기어’를 박지 않았다. 이런 막삽질에 이어, ‘고흥만 매립지’에 ‘무인군사드록시험장’을 고흥군수를 비롯한 군부대가 밀어붙일 적에도 ‘중립기어’를 박지 않았다.


우리는 ‘중립·중립기어’란 이름을 내세우면서, 우리가 스스로 어른스럽게 해야 할 일을 팽개치거나 팔짱을 끼거나 등돌리지 않는가?


‘글을 쓰는 사람’이나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중립기어’가 아닌, 스스로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겪고 느끼고 배운 가장 어질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길로 ‘풀이’를 할 노릇이다. 낱말책을 여미는 사람이 낱말풀이를 하면서 엉뚱하게 ‘중립기어’를 박는다면, 돌림풀이(순환정의)·겹말풀이(중복표현)라는 덫에 갇힌다.


우리는 우리한테 일어나는 모든 일을 ‘중립기어(팬덤·방관)’가 아니라 ‘생각(가치판단)’을 해서 ‘길찾기(해결)’를 할 노릇이다. 길찾기는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아예 길찾기(해결)를 할 마음이 없이 생각(가치판단)부터 안 한다면(중립기어), 이런 나라에서는 사람들 스스로 철을 잊고 잃는 굴레에 스스로 갇힌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주호민 씨가 이녁 아이를 어질게 가르치고 이끌지 않는 일이야말로 ‘아동학대’이다. 아이가 배울 삶과 살림과 사랑을 안 가르치고 안 이끄는 모든 어버이는 ‘아동학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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