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번개 2023.7.15.흙.



물이 흐르듯이 간다고 하지. 바람이 불듯 간다고 하고. 그러면 번개가 흐르듯이 가는 길은 뭘까? 빗물은 하늘에서 어떻게 내리니? 얼핏 곧고 길게 뻗는 줄기 같지. 그러나 빗물은 ‘골’을 만나면 가볍게 길을 틀지. 바람은 슥슥 감싸기도 하지만 곧고 시원하거나 기운차게 뻗는 듯하지? 그런데 바람은 ‘골’이 있으면 빙그르르 길을 틀어. 번개는 아마 죽 한길로 간다고 여길 텐데, 물처럼 바람처럼 ‘골’을 안 가로지르려 하기에, 확 길을 틀어. 길바닥을 길면서 곧게 깔아놓는다지만, 빠른길에 돌멩이가 하나라도 있으면, 이 돌멩이를 밟다가는 그만 수레(자동차)가 엎어질 수 있어. 그래서 물·바람·번개는 아주 작은 ‘돌·골’이 있으면 가만히 부드러이 휙 감싸듯이 돌아간단다. 가로지르거나 밀거나 부수려 하지 않아. ‘돌·골’이 있는 그곳에 ‘돌·골’더러 고이 있으라 하면서 스스럼없이 빙그르르 감싸면서 돌아가. 물줄기는 너희 눈에 쉽게 보이니까 쉽게 알아보려나? 바람줄기는 너희 눈에 안 보인다고 여겨 영 몰라보려나? 빛줄기는 너희 눈이 잡아챌 수 없도록 빨라서 못 느끼려나? 풀줄기나 나무줄기나 멧줄기를 보렴. 거침없이 나아가거나 뻗을 수 있어. 그러나 ‘아주 작은 돌·골’ 하나를 부드러이 달래면서 너희 길을 살며시 틀거나 돌면서 까르르 웃고 빙글빙글 춤짓으로 새롭게 나아갈 수 있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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