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방울 2023.1.11.물.



어떤 사람은 겨울에 크고 하얗게 드리우는 눈을 보며 꽃송이를 닮은 ‘눈송이’라 여기지. 어떤 사람은 봄빛 한가득 품은 함박꽃답다면서 ‘함박눈’이라 여겨. 어떤 사람은 온누리를 밝히면서 커다랗다고 ‘방울눈’이라 여기고. 너는 큼지막한 겨울눈을 어떻게 느끼고 바라보니? 네 나름대로 느끼고 받아들여서 이름을 붙이니? 다른 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 느끼고 받아들여서 붙이는 이름을 찾아보려고 하니? 배우고 싶기에 둘레 다른 사람들 생각을 살피거나 찾아볼 만해. 그런데 네 마음을 가득 채우는 ‘밝은 배움길’로 가려면, 어느 날 문득 모든 ‘다른 사람들 말’을 내려놓고서 ‘네 나름대로 붙이는 이름’을 그릴 노릇이야. 네가 스스로 느낀 대로 붙이는 말·이름마다 네 씨알(씨앗)이 깃들기에, 네 ‘알(앎·알다)’로 맺는단다. 네가 네 마음에 네 ‘알(앎·알다―씨앗·씨알)’을 생각으로 심어 놓아야, 이 ‘알씨(앎씨)’가 천천히 싹트고 뿌리내리고 자라서 네 몸이 나아가려는 삶길에 네 넋이 즐겁게 하루하루 맞아들여서 배울 수 있어. 대단한 풀씨·꽃씨·나무씨를 심어야 하지 않아. 네 보금자리를 푸르게 가꾸는 씨앗이면 돼. 대단한 말·이름을 지어야 하지 않아. 네가 하루하루 그때그때 느끼고 받아들인 대로 말·이름을 붙여서 입으로 소리를 내거나 손으로 옮겨 놓으렴. 물방울처럼, 이슬방울처럼, 빗방울처럼, 핏방울처럼, 바닷방울처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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