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제비맞이 2023.4.13.나무.



마음을 기울인다면, 네가 귀에 소릿줄(이어폰)을 꽂았어도, 제비 노랫소리를 들어. 마음을 안 기울인다면, 제비떼가 눈앞에서 천천히 날아가더라도 못 알아봐. 마음을 기울인다면, 제비 숱한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하나하나 가릴 수 있고, 제비도 뭇새도 어떤 하루에 마음인가를 느끼고 알겠지. 마음을 안 기울이기에, 제비;도 새도 마음이 있고 말을 나누는 줄 모를 뿐 아니라 생각조차 안 해. 겨울이 지나고서 새로 봄이 찾아와서 잎·꽃이 돋지. 개구리가 겨울잠을 깨고, 거미가 줄을 치고, 풀벌레가 풀잎을 반기면서 누려. 제비를 비롯한 봄맞이새는 이 봄기운을 지켜보고 맞이하고 사랑하고 싶어서 드넓은 바다를 가볍게 가로질러서 찾아와. 제비는 ‘달종이(달력)’로 움직이지 않아. ‘때바늘(시계)’을 안 쳐다보고. 제비는 늘 바람·별·해·비·싹·나무·흙·불빛을 읽어. 이러면서 생각하지. ‘너희가 사는 터전’에서는 겨울인 철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살피고서 ‘너희가 사는 터전’에서 새숨결이 깨어나는 빛살을 온마음으로 헤아린단다. 예부터 텃새·철새를 바라보고 맞이하는 사람들은 ‘새와 같은 마음으로’ 하늘·별·바람·비·씨앗·땅·바다를 살피면서 빛결을 읽어내려 하지. 제비가 찾아오고 오리가 떠나는 봄에 어떻게 숲터가 바뀌는가를 읽고, 제비가 떠나고 오리가 찾아드는 갈겨울을 사람으로서 보금자리를 어떻게 다스릴는지 생각하고 그리지. ‘제비맞이 = 봄맞이’요, ‘제비배웅 = 겨울맞이’야. 철을 알려고 새하고 이웃을 한단다. 어질고 슬기로이 살림하는 어른으로 서려고 ‘새노래를 휘파람으로 따라부르’면서 오늘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가다듬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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