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멀미 2023.4.11.불.



달갑지 않다는 마음으로 있기에 ‘멀미’를 한단다. 네 몸이 멀리 있기에, 네 몸이 네 뜻과 너무 먼 곳에 있기에, 그저 멀뚱멀뚱 있어야 하기에, 멀거니 쳐다보다가 멍하니 넋을 잃곤 하기에, 멀미를 하지. 네가 여리거나 속이 아프거나 안 좋아 멀미를 할는지 몰라. 그러면 곰곰이 짚어 보겠니? 너는 왜 그곳에서 여리거나 속이 아프거나 안 좋니? 배나 쇳덩이(자동차)나 날개(비행기)가 너랑 안 맞으니 네가 어느새 기운을 먼저 잃기도 하지만, 너는 ‘아, 저걸 타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을 자꾸 일으켜서 ‘아직도 저걸 탔네? 언제까지 타야 하지?’ 하고 스스로 마음에 괴롬씨앗을 심어서 몸을 괴롭히지. 멀미나는 줄거리가 그득한 말이나 책이나 영화도 매한가지야. 그 말·책·영화가 참으로 사납거나 나쁠 수 있어. 그러나 네가 스스로 ‘너한테 사납거나 나쁠 기운’을 떠올려서 끌어당기더구나. 저기 봐. 쇳덩이가 옆을 슥슥 지나가는데, 왜 ‘흘려보내어 잊지’ 않고 ‘자꾸 새 쇳덩이’를 그려서 스스로 들볶니? 남이 너를 죽이거나 괴롭힐 수 없어. 늘 네가 너 스스로 죽이거나 괴롭힐 뿐이야. ‘남 탓’을 하면 쉽겠지. ‘버스 탓’에 ‘사회 탓’에 ‘놈들 탓’을 하면서 넌 네 빛(기운)을 미움으로 태워서 없앤단다. 네가 스스로 태워서 빛(기운)이 그만 없으니, 네 몸은 튼튼히 서거나 움직일 길이 없이 멀미를 일으키지. 너더러 “제발 미움으로 기운 불사르기를 그쳐 줘!” 하고 온몸으로 부들부들하는 모습이 ‘멀미’라고 여길 만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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