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연륜 2023.4.8.흙.



너는 ‘연륜’이라는 한자말을 아니? 안다면 뜻을 아니? 쓰임새를 아니? 이 말을 쓰는 까닭을 아니? 또는, 어린이가 알아들을 쉬운말풀이를 아니? 나이든 사람더러 “연륜이 있으시군요.” 하고 말하던데, 왜 “나이테가 있으시군요.” 하고 말하지는 않니? 너희 말은 ‘나이테’이고, 이를 한자로 옮겨 ‘연륜’인데, 왜 너희는 너희 삶·살림·마음·눈길·사랑·숨결을 담으면서 쉽고 수수한 ‘나이테’라는 말은 안 쓰거나 낮잡아볼까? 곰곰이 생각해 보렴. 너희는 ‘나이’를 어질거나 슬기롭게 받아들이는 참하고 착한 모습이 아닌 탓에, 너희가 ‘아이어른이 함께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면서 나눌 말’을 멀리하거나 얕보지 않니? ‘나무’이니까 ‘나무’이잖아? ‘木’도 ‘수목’도 아니지. ‘풀’이니까 ‘풀’이잖아? ‘草’도 ‘초본·잡초·식물’도 아니야. 나무를 보고 느낄 줄 알기에 ‘나무’를 말하지. 풀을 보고 느낄 줄 알기에 ‘풀’을 말하지. 사람을 보고 느낄 줄 알면 ‘사람’을 말하겠지. 나무가 해마다 꾸준히 자라면서 테두리를 넓히기에 ‘나이테’야. 품는 결이 깊고 넓게 나아가니 ‘나이테’를 늘린다고 해. 너희 사람은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하루테’를 늘릴까? 그냥그냥 하루를 지나칠까? 한 해를 살고 두 해를 사는 사이에 ‘해테’를 넉넉하고 푸르게 품을 줄 알까? 스스로 바라보고 바라고 알아가기에 ‘나를 잇는 테’를 누릴 수 있어. 스스로 받아들이고 나누고 생각하기에 ‘낳고, 여기에 있는 터’를 지을 수 있어. 스스로 밝고 맑게 말하고 펴기에 ‘날면서 이야기를 심는 틈’을 선보여. 자, 네 숨소리를 들어 봐. 네 눈을 깜빡여 봐. 네가 벌리는 팔에 바람을 듬뿍 안아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