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피자 2023.7.8.흙.



무엇이든 반죽을 해서 부침개로 먹을 수 있어. 무엇이든 반죽판에 올려서 피자로 먹을 수 있지. 무엇이든 종이에 담아 그림을 펼 수 있고, 무엇이든 흙으로 빚어서 나타낼 수 있어. 그러니까 ‘무엇’을 먹을는지 먼저 그리면 돼. ‘무엇’을 담거나 누리거나 나타내고 싶은지 먼저 떠올리면 되지. 무엇이든 먹으면 돼. 네가 바라는 밥이라면, 언제나 네 몸에 이바지해. 네가 바라지는 않는데, ‘둘레에서 좋은밥’이라고 말한다면, 넌 어떡하겠니? 네가 안 바라도 그냥 먹니? 네가 안 바란다고 밝히면서 너를 살릴 밥을 스스로 짓겠니? ‘고구마피자’가 좋을 수 있고 ‘버섯피자’가 좋을 수 있고, ‘감자피자’나 ‘고기피자’나 ‘소시지피자’가 좋을 수 있어. ‘치즈피자’이든 ‘나물피자’이든 스스로 바라는 대로 얹으면 된단다. 너는 네가 바라는 피자를 즐기고, 네 둘레에서는 저마다 바라는 피자를 즐기면 돼. 모든 밥은 ‘조각’이야. 너희는 ‘너희 몸뚱이’만 한 밥을 안 먹어. ‘조그마한 하나’를 먹지. 그때그때 ‘조각’을 받아들이면서 너희 몸을 통째로 바꾼단다. 보렴. 매캐한 바람을 한 숨 마시면, ‘이 작은 매캐바람’으로 너희 몸이 처지거나 아파. 해맑은 바람을 한 숨 마시면, ‘이 작은 맑은바람’으로 너희 몸이 살아나거나 깨어나. 깨끗한 물 한 모금이 살리고, 고약한 무 한 모금으로 죽어. ‘조각’은 작은 하나이면서 ‘온하나’야. 작은 하나를 모아 ‘판’을 이루는데, ‘몸이라는 판’과 ‘마음이라는 판’을 천천히 맞추며 놀아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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