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43 견주지 않는다



  어릴 적에 그토록 앓으며 자랐습니다. 우리 어버이랑 언니랑 이웃 아저씨 아줌마랑, 마을 또래에 언니 모두 ‘견주기’에 바빴거든요. “쟤는 저렇게 하는데”나 “넌 이렇게 못 하는데”나 “쟤는 저렇게 튼튼한데”나 “넌 툭하면 앓는데” 같은 말이 춤추었어요. 아픈 자리는 아물고, 앓은 다음에는 나아요. 넘어져서 긁히거나 찢어져도 멍이 들고 딱지가 앉다가도 아물지요. 몸앓이를 크게 하며 삶죽음 사이를 헤매다가도 어느 날 씻은 듯이 훌훌 털고 일어나면서 개운해요. 이러다가 차츰 아프거나 앓는 일이 줄어들더군요. 아예 안 아프거나 안 앓지 않습니다만, “남하고 나를 견주기”를 할 적에 속에서 뜨겁게 끓으면서 괴롭고, “참다이 밝은 속빛인 나를 바라보기”를 할 적에는 고요하면서 즐겁고 가벼워요. ‘나늙아죽(나고 늙고 아프고 죽고)’을 가리킨다는 ‘생로병사’는 저마다 스스로 참빛(참된 나)을 등진 탓에 불거지지 싶어요. 스스로 즐겁게 지을 하루를 느끼고 바라본다면 ‘삶’이 있을 뿐이지 싶습니다. 남하고 견줄 적에 쓰는 서울말(표준말)이라면, 삶을 짓는 나를 스스로 바라보기에 쓰는 시골말(사투리)라고 느낍니다. “시골말·사투리 = 삶말”인 얼개인데, 사랑으로 삶말을 갈무리하면 ‘숲말’로 나아갈 테고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