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2.
《벌거벗은 코뿔소》
미하엘 엔데 글·라인하르트 미흘 그림/김서정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1.5.2.
어제오늘은 선선하다. 닷새비가 그치고서 해가 난 이틀은 살짝 더운가 싶었으나, 오늘은 구름밭을 이루는 하늘이다. 설마 나흘 만에 비가 더 오려는 셈일까. 큰아이는 “작게 빗방울 떨어지던데요?” 하고 얘기한다. 유자꽃이 올라온다. 꽃찔레(장미)가 소복소복 피어나 빨갛다. 낮에는 흙수레(농기계) 소리로 시끄러웠다면, 해거름에는 새노래에 개구리노래가 어우러지면서 고즈넉하다. 웬만한 시골에서는 손으로 살림을 짓는 길을 다들 잊다가 잃겠구나 싶다. 손빛을 잊다가 잃으면 숨빛을 잊다가 잃고, 삶빛에 살림빛에 사랑빛을 잊다가 잃으면서 숲빛을 모조리 잊다가 잃는다. 오늘도 책숲으로 가서 여러모로 갈무리한다. 예전에 읽고 건사한 책을 다시 들추다가 지난 손자취를 마주한다. 《벌거벗은 코뿔소》를 새삼스레 되읽는다. 코뿔소를 빗대어 사람들이 얼마나 엉터리에 허울스러운가를 들려주는 줄거리이다. 다만, 코뿔소가 잘못한 일은 없다. 잘못은 사람이 저질렀고, 어리석은 무리도 사람이다. 이 그림책은 속내는 안 나쁘되 ‘애먼 코뿔소’를 어리석은 짐승으로 그린 대목이 아쉽다. 《모모》를 쓸 적에 다른 숨결에 빗대지 않고 사람한테 바로 대놓고서 이야기를 폈듯, “벌거벗은 꼰대” 이야기를 폈다면 참으로 아름다웠으리라.
ㅅㄴㄹ
#MichaelEnde #NorbertNackendick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