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콕 2022.9.9.쇠.


딸기를 따려면 딸기넝쿨에 맺는 가시에 콕 찔리기 쉬워. 달콤히 새빨갛게 알을 맺는 딸기는 왜 가시가 있을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따려 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라는 뜻 아닐까? 가시가 없는 모든 열매도 그렇지. 느긋이 알맞게 딸 노릇이야. 나무가 맺는 열매를 몽땅 따서 먹어야겠니? 나무열매를 남겨서 새·풀벌레가 누리도록 할 수 있잖아? 나무에 맺힌 채 쪼그라들면, 열매는 땅으로 돌아가서 나무를 북돋우는 거름이 되기도 하지. 열매를 아까워하지 마. 늘 돌고돌다가 사람한테도 새한테도 풀벌레한테도 개미한테도 벌나비한테도 조금씩 깃들어. 다들 그때그때 조금씩 누리면서 하루하루 새삼스레 즐겁지. 다 가지려 할 까닭은 없어. 다 먹거나 가지려 하다가는 배앓이를 한단다. 고스란히 남기고 나눌 적에는 너희 사람뿐 아니라 둘레 숨결이 함께 넉넉하지. 남기고 나눌 줄 아는 사람 곁에서 나무는 한결 쑥쑥 큰단다. 빗물을 마시고 별빛을 머금으면서 온누리에 푸른바람이 일렁이도록 북돋아. 알맞게 누리고 남기는 사람은 몸도 마음도 가벼이 다스리고, 무겁게 짊어지듯 다 차지하려는 사람은 그만 몸앓이를 하면서 으레 쿡쿡 쑤시겠지. 열매를 베푸는 푸나무를 고맙게 여기렴. 열매를 맺기 앞서 꽃빛을 곱게 보여주는 푸나무를 사랑으로 바라보렴. 늘 푸르게 춤추는 푸나무를 즐겁게 이웃하면서 네 눈을 가만히 뜨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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