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빠르다 2023.6.24.흙.



‘때곳(시공간)’이란 없는 줄 바라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서 산다면, 빠름도 느림도 없는 줄 알지. ‘때곳’을 마음에 놓기에 어느 일은 ‘빠르’고 어느 일은 ‘느리’다고 갈라. 그래서 ‘좋음·나쁨’이라고 여기면서 ‘빨라서 좋다’나 ‘느려서 좋다’고 느끼지. 이런 느낌도 나쁘지 않아. 삶이라는 자리에서 느끼고 배우는 길 가운데 하나야. 그런데 네가 ‘때곳·빠름느림·좋음나쁨’이 모두 헛것인 줄 안다면, 너로서는 ‘함(하다·해보다)’이 있단다. 무엇을 ‘할’ 적에는 ‘할’ 뿐이기에, 언제 어디에서 누구랑 왜 어떻게 ‘하는’가를 따지거나 가리지 않아. ‘할’ 적에는 ‘하는’ 일만 보고 받아들이거든. ‘함’을 바라보지 않기에 ‘일삯’이나 ‘값어치’를 따져서 ‘이만큼이어야 좋다’거나 ‘그만큼은 나쁘다’고 가른단다. 굳이 일삯을 안 받거나 값어치를 깎을 까닭은 없어. 그리고 일삯에 매이고 값어치를 쳐다볼수록 길들지. ‘길’을 가는 삶이 아닌, ‘길든’ 채 쳇바퀴에 매이는 몸짓인 ‘때곳’이야. 빨리 해야겠어? 빨리 죽으려 하니? 느리게 해야겠어? 끝내고 넘어갈 마음이 없니? 똥오줌을 누려면 누고서 끝내고 네 ‘일·하루·길’을 바라보렴. 숨만 쉬거나 밥만 먹을 셈은 아니지? 숨을 쉬거나 밥을 먹었으면, 그다음으로 나아가려는 네 ‘일·하루·길’을 그려서 누리렴. ‘빨리’ 해치우면 ‘끝’도 ‘함’도 ‘넘어섬’도 아니야. ‘빨리’뿐 아니라 ‘느리게’에 매이면, 너한테는 ‘일·하루·길’이 사라지면서 ‘오늘·삶·살림’이 나란히 스러진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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