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바늘도둑 2023.1.5.나무.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더라. 너는 왜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줄 알아? 도둑이면 다 도둑이야. 바늘을 훔치든 소를 훔치든 돈을 훔치든 글을 훔치든 땅을 훔치든, 훔침꾼(도둑)으로서는 그저 ‘늘 하는 짓’이야. 훔침꾼(도둑)은 훔침짓이 ‘좋다’고 여겨. ‘나쁘다’거나 ‘틀리다’는 마음이 없어. “훔칠 수밖에 없다”는 마음씨앗을 심으면서 스스로 길들이지. ‘훔치는 짓’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몸짓으로 하루하루 다스리고 갈고닦는 나날이라고 할까? 처음에는 두렵거나 무섭거나 떨기도 했을 테지만, 조금씩 훔치는 동안 “어떻게 하면 감쪽같이 훔치는가?”라든지 “어떡하면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 훔치는가?”를 살피고 따지지. 스스로 짓는 사람은 무엇이든 스스로 지으려는 마음을 가꾸고 돌보며 북돋우지. 그래서 ‘스스로짓기’는 언제나 새로우면서 즐겁게 살리는 나날로 나아간단다. 모든 ‘모습·짓·일’은 하루하루 마음을 기울여서 하는 대로 자라나. 생각을 가꾸는 사람은 생각날개를 펼쳐. 꿈을 그리는 사람은 꿈길을 달려. 살림살이를 짓는 사람은 살림손길을 빛내고, 사랑으로 온마음을 밝히는 사람은 스스럼없이 웃고 노래하면서 눈부신 삶을 꽃피우지. ‘훔침꾼(도둑)’은 스스로짓기를 등지는 굴레야. 남이 지어놓지 않으면 못 훔친단다. 그래서 스스로 세우는 꿈이 없이, 남을 구경하느라 기운을 다 쓰고, 스스로 목숨을 갉아먹지. 아기는 기쁜 사랑을 스스로 길어올리기에 날마다 손힘·다릿심을 키워 걷고 달리지. 훔침꾼은 꿈·사랑이 없이 메마른 마음이기에 ‘스스로 없다’는 생각을 키우고 말아, 자꾸·더·크게·많이 훔치는 죽음길로 치닫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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