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깨알만큼 2022.12.30.쇠.



깨알만큼 좁은·작은 너희 마음을 좋아하지 않거나 싫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기에서 보면, 깨알은 저 하늘별보다 커 보이는구나. 깨알은 참으로 작지만 티끌보다 커 보이네. 깨알은 아무리 좁거나 작아도 ‘새로운 깨풀’로 깨어나서 자랄 숨결이 모두 깃들었어. 너희 마음도 크든 작든 너희 스스로 깨어나서 자랄 숨결이 모두 깃들었지. 깨어날 눈을 뜨고서 자라날 몸을 보렴. 씨눈도 싹눈도 그지없이 작지만, 스스로 ‘그토록 작은 몸’에서 ‘사랑이 새롭게 자라날 길’을 열고 싶어서 천천히 일어난단다. ‘깨씨앗’이란 얼마나 작아 보이니? 그러나 이 작은 깨알(깨씨앗)은 고소할 뿐 아니라, 푸르게 일렁일 깨밭을 이루게 마련이야. 너희 마음이 아무리 깨알만큼 작더라도, 너희가 눈을 떠서 바라볼 곳은 가없이 드넓은 온누리란다. 온누리를 두루 보려고 ‘작은 눈’을 뜬단다. 참말로 너희 눈을 봐. 너희 몸뚱이에서 ‘눈’이 참 작지 않아? 너희 몸뚱이에서 ‘눈이 아주 크다’면 어찌 될까? 머리만 아주 크면 어찌 되지? 손이나 발만 아주 크다면? 너희 속(내장)이 다들 아주 크면 어찌 될까? 눈코귀입도 손발도 속도 ‘크거나 작지’ 않은 제 모습으로 있어. 너희가 문득 ‘깨알처럼 좁은·작은 마음’인 듯 보이거나 느낀다면, 새롭게 눈을 뜰 때라는 뜻이겠지. 겨울에 망울을 맺으려는 씨눈·싹눈은, 언제나 더없이 작단다. ‘깨어나’려면, 먼저 아주 좁고 작게 가라앉아야 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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