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빠듯하게 2022.12.28.물.



미리 하기에 느긋할까? 서둘러 하기에 빠듯할까? 먼저 하기에 좋을까? 나중에 하기에 나쁠까? 해야 하는 때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모든 알맞은 때’는 네가 스스로 ‘마음으로 품는 때’야. 네가 마음에 안 품는다면 넌 할 수 없어. 네가 마음에 안 품으면, 넌 볼 수도 느낄 수도 겪을 수도 없으니, 알 수도 헤아릴 수도 없어. 네가 마음에 품으니 언제나 스스로 보고 겪어서 알지. ‘빠듯하다’면 스스로 갈팡질팡한다는 뜻이야. 할는지 안 할는지 마음에 세우지 않기에, 곧장 움직이지 않아. 이래야 할까 저래야 할까 망설이기에, 곧장 움직이더라도 헤매다가 그만 길을 잃거나 아슬아슬하게 올라탄단다. 남이 잡거나 세워 놓은 때에 해야 한다면, 너한테는 ‘네 마음(내 마음)’이 아닌 ‘남이 알려주는 틀(고정관념)’을 외워서 새길 뿐이야. 스스로 잡거나 세우는 때에 하기에, 망설이는 일이 없고 헤매는 일이 없어. 이때에는 잊거나 잃지 않아. “네(내)가 스스로 하는 때가 그 일·놀이·말·몸짓을 할 때”인 줄 바라보고 받아들이면 돼. 남한테 맡기는 일은 네 마음에 들 수 없어. 스스로 맡는 일이어야 스스로 마음에 든단다. 누가 맡아서 해주는 일은 “너(나·우리)”한테 맞추지 않아. ‘맡아서 해주는 사람’ 마음에 맞춘단다. 아기는 엄마한테 맞추어 젖을 물어. 아기는 엄마아빠한테 맞추어 일·놀이·말·몸짓을 보고 배워. 엄마아빠가 아기한테 맞추면 무슨 일이 생길까? 생각해 보렴. 네가 너를 스스로 느끼면 바쁘거나 빠듯할 일은 없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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