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6.22.

오늘말. 햇빛말


작은글꽃을 가볍게 띄웁니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잔뜩 있지만, 조각글에 짧게 옮겨서 부칩니다. 길에서 다니다가 틈을 살짝 내어 쪽글을 적습니다. 이모저모 갈아타다가, 다음길을 기다리다가, 끄적끄적 쓰는 글을 날개잎에 담아서 보냅니다. 이슬로 스러진 울음채 곁에 섭니다. 몸을 떠난 넋은 홀가분히 온누리를 훨훨 날아다닙니다. 이슬빛을 그리는 눈물이고, 이슬길을 씻는 빗물입니다. 옛사람으로 남은 님이 걸어온 발자국은 옛이야기가 됩니다. 하루하루 새삼스레 옛일을 되새기면서, 묵은말 한 마디를 오늘말로 돌아봅니다. 아침에는 아침말로 톺아보고, 저녁에는 저녁글로 헤아립니다. 햇살처럼 번지는 햇살말에, 햇빛처럼 피어나는 햇빛말을 마음에 품어요. 별빛으로 반짝이는 빛말에, 풀빛으로 싱그러운 푸른말을 마음에 놓습니다. 빈자리에는 바람이 내려앉습니다. 빈곳에는 풀씨가 깃듭니다. 튿긴 구멍으로 여길 수 있고, 이제부터 새로 일굴 틈새로 느낄 수 있습니다. 다시 나래잎에 짤막하게 노래를 적습니다. 조그마한 잎에는 부드러이 부를 노랫말을 한 줄 두 줄 그릴 만해요. 오래오래 흐르는 삶을 그리고, 두고두고 익히는 살림을 생각합니다.


ㅅㄴㄹ


잎글·잎쪽·잎종이·잎·작은글·작은글월·작은글꽃·조각글·쪽글·쪽글월·날개잎·날개잎글·날개잎쪽·날개잎종이·나래잎·나래잎글·나래잎쪽·나래잎종이·끄적·끼적·깨작 ← 엽서(葉書)


눈물집·눈물채·울음집·울음채·떠난집·떠난채·묻는집·묻는채 ← 상가(喪家), 상갓집


구덩이·구멍·굿·비다·빈·빔·빈자리·빈곳·빈데·빈구멍·빈구석·뜯기다·튿기다·터지다·틈·틈새 ← 홀(hole)


옛말·옛이야기·옛얘기·옛일·묵은말·가르침·배움말·삶말·살림말·오래말·익힘말·빛말·슬기말·햇빛말·햇살말 ← 고사(故事), 고사성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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