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827


《제빵사 곰》

 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 글·그림

 김세희 옮김

 비룡소

 2002.1.28.



  ‘일’이라는 낱말은 ‘(물결이) 일다’에서 비롯합니다. ‘일어나다·일으키다’는 ‘일’이 밑말입니다. ‘잇다·이루다·이다·있다’ 같은 낱말도 ‘일’이 밑말이에요. 모든 일은 만나서 이루고 이어갑니다. 혼자 짓고 여미고 꾸리더라도, 우리가 지은 일은 이웃한테 잇습니다. 둘레에 이야기를 일으키고, 일 하나를 이루면서 살림이 새로 일어납니다. 《제빵사 곰》은 1979년 그림책입니다. 모두 손으로 짓고, 손으로 나누고, 손으로 추스르고, 손으로 마주하던 무렵, ‘빵굽기’라는 일을 하면서 이웃을 만나는 일꾼을 곰(테디 베어)에 빗대어 보여줍니다. 글 한 줄을 쓰더라도 이웃한테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밭에서 지은 열매도 이웃한테 이바지합니다. 뚝딱뚝딱 일군 살림도 뭇사람 손을 거쳐 온나라에 고루 나아갑니다. 얼굴과 이름을 아는 이웃이 일합니다. 낯도 이름도 모르는 숱한 사람들이 일합니다. 말을 섞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여러 사람을 길에서 집에서 만나고, 종이로 붓으로 만납니다. 수줍거나 쭈뼛한다면 살그마니 숨을 만합니다. 말없이 건네어도 되고, 쪽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동무가 말을 더듬으면 기다리고, 내 수다가 길지 않은지 되새깁니다. 밤에 별빛이 지켜봅니다. 낮에 해바람과 풀꽃나무가 둘러봅니다.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바라봅니다. 같이 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조용히 듣습니다.


#TeddybearBaker #PhoebeWorthington #SelbyWorthington 1979


《석탄집 곰 Teddy bear Coalman》(1948)

《빵굽는 곰 Teddy bear Baker》(1979)

《우체부 곰 Teddy Bear Postman》(1981)

《훍살림 곰 Teddy Bear Farmer》 (1985)

《밭지기 곰 Teddy Bear Gardener》(1986)

《나루꾼 곰 Teddy Bear Boatman》 (1990)

《불끄는 곰 Teddy Bear Fireman》(199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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