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토벌 2023.6.10.흙.
‘싸우’는 이들은 두 가지를 해. 먼저 ‘무리’를 감싸고, 둘째로 저쪽을 싹뚝 잘라내거나 친단다. 좋아할 무리를 감싸면서, 싫어할 무리를 싹뚝 죽이려는 모든 짓이, 바로 싸움이야. 싸움이니까 ‘싸늘’하지. 한무리가 아니면 감싸지 않으니, 사랑도 살림도 아닌, 더구나 삶이라 할 수조차 없이, 겉만 둘러싸는 몸부림이야. ‘싸움·감쌈·싹뚝·싸늘’에는 얼어붙어 메마른 마음만 떠돌지. ‘겉·허울·탈·껍데기’로 치달으며 어지러워. 아마 ‘평화 = 싸우지 않음·전쟁이 없음’이겠지. 그래서 ‘싸움(전쟁)’을 없애려 하면서 ‘평화’를 이루더라도, 자꾸 ‘싸움 걱정’을 하기 때문에 슬그머니 싸움을 일으키고 세운단다. “미워하며 없애야 할 싸움(전쟁)”이 있지 않으면 ‘평화’를 이루거나 누리지 않거든. 그렇기에 ‘평화유지군’ 같은 이름처럼 ‘평화를 지키는 전쟁무기’에 자꾸 돈·이름·힘을 쓴단다. ‘평화’가 나쁠 일은 없어. ‘전쟁’이 좋을 일도 없어. 둘은 이런 사이야. ‘토벌’이란, ‘평화를 깨거나 어지럽히는 전쟁’을 바로 ‘더 큰 전쟁’으로 싹쓸이를 하겠다는 길이야. 자, 생각해 봐. ‘토벌’을 하려면 ‘전쟁을 없애고 평화를 지킬 전쟁무기’가 더더욱 많아야겠지? ‘전쟁’뿐 아니라 ‘토벌’을 하는 곳에 너희가 살아갈 자리가 있을까? ‘전쟁과 평화’는 늘 짝꿍이야. 둘 다 너희를 종(노예)으로 길들여 억누르려는 무시무시한 쇳덩이란다. 여기에 ‘토벌’은 너희가 ‘아름사랑’이라는 새길·빛길을 싹 치워버리려는 깊은 덫이자 수렁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