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정리 2023.6.9.쇠.
하나씩 할 적에는 하나하나 본단다. 한꺼번에 할 적에는 하나하나 못 보거나 안 봐. 덩이나 무리(떼)로 크게 할 적에는 덩이·무리·떼로 크게 다루는 결을 보겠지. 낱낱으로 작게 볼 적에 비로소 하나하나 다루고 느끼고 보고 안단다. ‘나라’라는 틀로 크게 보려 한다면 ‘나라 울타리’를 봐야 하기에 ‘나’를 볼 겨를이 없을 뿐 아니라 ‘낱낱·하나하나’를 잊어야 해. 그리고 ‘나라 울타리’로 보려 하기에 ‘너·남’뿐 아니라 그이 스스로 ‘그이(나)’를 잊어버리지. 힘·이름·돈을 크게 쥐거나 다루는 이들은 ‘너·나·우리’라는 ‘낱·하나’를 아예 안 봐. 한꺼번에 쓸거나 치우는 길만 바라본단다. ‘나(낱·하나)’를 안 보는 길이니까 ‘너(이웃·둘레)’를 보는 눈도 없고 마음도 없어. 아주 아무렇지 않게 다 치운(정리·처치)단다. 다른 목숨을 빼앗거나 괴롭히거나 갉거나 따돌리는 이들은 으레 ‘덩이(크기)’를 볼 뿐이고, ‘나(낱·하나)’를 안 본단다. ‘덩이(국가·정부·사회·단체)’를 보는 이들은 어느새 ‘나라’에 얽매여 그들 스스로 둘레에 있는 숱한 너(이웃)와 똑같은 숨결(생명)인 줄 느끼지 않아. 힘·이름·돈을 거머쥐고 부리고 다루는 길은, ‘나’ 없이 ‘나라’만 있는 죽음길이야. ‘나라 아닌 나’를 보는 이들은 ‘삶·살림·사랑’을 보고 품고 나누려 하지. 살고 살림하며 사랑하는 길을 다룬다면 힘·이름·돈은 모두 녹아서 덩이(실체)가 사라지지. 넌 무엇이든 다루는 사람으로 서겠니? 아니면 덩이에 파묻혀 ‘너(나)’를 치워(정리)버리겠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