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29.
《문맹》
아고타 크리스토프 글/백수린 옮김, 한겨레출판, 2018.5.9.
새벽에 깨니 온몸이 개운하다. 푹 자니 즐겁구나. 짐을 꾸려 나서자니 비가 온다. 비를 맞으며 걷는다. 오늘은 《하루거리》하고 《응시》를 내놓은 김휘훈 님이 꽃잔치(혼례식)를 연다. 이곳에 가려고 퐁당퐁당 마실길에 올랐다. 저녁에 일찍 잠들고서 새벽에 일찍 일어날 뿐 아니라, 비를 맞으며 걸으니 몸에 기운이 오른다. ‘오늘비’는 꽃잔치가 다 끝나자마자 말끔히 갠다. 감쪽같은 비로구나. 모두들 빗속잔치를 즐겼으리라 본다. 전철을 갈아타고서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를 탄다. 한참 까무룩 자고 일어난다. 《문맹》을 훌렁 읽었다. 글종이(원고지) 200쪽조차 안 될 조그마한 꾸러미를 11000원 값을 붙이려고 얼마나 치덕치덕했는가! 아고타 크리스토프 글은 이렇게 망가뜨려도 되는가? ‘한겨레’에서? 창피하다. 나무한테 부끄럽다. 글자락이 적으면 값싸게 6000원짜리 손바닥책을 여밀 노릇이다. 그럴듯하게 꾸미고(디자인) 덕지덕지 늘리면서 책값을 끝내 11000원으로 맞추어야 돈(이익)이 남을는지 모르나, 이런 겉치레를 하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망가진다. 작은목소리나 낮은목소리를 담아내는 새뜸(언론)이 되려면, 먼저 작고 낮게 살림을 지을 노릇이다. 작지도 낮지도 않게 어깨를 우쭐대고 허울좋게 뽐낸다면, 재만 남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