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쓴풀 2023.6.7.물.



몸을 살리도록 이바지하는 풀은 ‘쓰다’고들 여기는데, 참말로 ‘살림풀’이 ‘쓴풀’일 수 있을까? 살림풀을 늘 누리고 즐기고 사랑하지 않은 탓에 ‘살림풀’ 맛이나 숨결이나 빛이 ‘쓰다’고 여기거나 잘못 아는 셈 아닐까? 살리는 풀은 그저 살릴 뿐이야. ‘살림빛’은 쓴맛도 단맛도 아니란다. ‘살림빛’이 아닌 ‘죽음’은 ‘빛이 아니’기에 홀린단다. ‘죽음’은 마치 ‘살림빛’인 듯 시늉에 흉내를 하니, 참으로 ‘빛’처럼 보일 텐데, ‘죽음 = 빚’이고, ‘텅빈 허울’이야. 허울뿐인 죽음이기에, ‘죽음’은 ‘텅빈속’을 숨기거나 감추거나 가리려고 ‘달콤한 겉옷’을 씌우지. 달콤발림(사탕발림)이라고 하지. 꾸밈말(미사여구)이라고도 해. ‘살리지 않는’ 줄 사람들이 못 알아보도록 멋지거나 맛나 보이려고 꾸미는 ‘죽음’이란다. ‘죽음수렁 = 홀림’이야. 죽음으로 치달아서 못 빠져나오도록 꾀어낸단다. 제페토 할아버지는 ‘살림빛’을 폈지만, 피노키오는 살살 달콤하게 홀리고 꼬드기는 ‘죽음덫’에 사로잡혔지. 잘 보렴. 죽음이자 거짓이니까 ‘단맛’을 자꾸 입혀서 너희 눈·코·귀·입·몸·마음을 몽땅 길들이고 흔들고 어지럽힌단다. 살림풀은 쓴풀이 아니야. 살림말은 쓴말(쓴소리)일 수 없어. 너희 스스로 길든 수렁·굴레·덫을 느껴서 털어낼 노릇이란다. 이불에 깃든 먼지를 털듯, 너희 몸·마음에 들러붙으려는 죽음(허울)을 털어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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