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판단력 2023.6.8.나무.



‘생각’을 하기에 살아가. ‘헤아리’기에 꿈을 그려. ‘살피’기에 오늘 이곳을 알아. ‘가려보기(가리다)’를 하면서 차근차근 짚고, ‘따지’기에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느끼지. 그런데 ‘판단’이란, 여러 길 가운데 ‘가림·따짐’ 사이란다. 가리려는 마음에 따지려는 마음이 섞이는 ‘판단’이기에, 옳은지 그른지 가리거나, 좋거나 나쁜지 따지려는 길인데, 으레 ‘굴레·수렁·덫’이 되어 너희 마음을 사로잡지. “판단하려 들기에 돌을 던지거나 감싸안는”단다. 너희가 ‘생각’한다면 모두 살리는 길을 알아차리고 찾는데, ‘판단(가림·따짐)’을 하려고 드니, ‘살림’이 아닌 ‘금긋기(구분·편파)’를 하고, ‘죽임(파벌·취향)’으로 달리더구나. 알고 싶으면 ‘알아’야지. ‘알아’가려고 한다면, ‘생각’하는 길을 가면서 ‘살림’을 품는단다. 생각이 아니라 ‘따지’거나 ‘가리’려 하면, 자꾸 긋고(금긋고) 재기(높낮이 재기) 때문에 그만 살림을 등지는 길로 치달아. 무엇이 옳거나 그를까? 너희가 보는 쪽에서 왼쪽·오른쪽이라지만, 너희가 마주보는 곳에서는 오른쪽·왼쪽이야. ‘따짐·가림(판단)’은 겉·허울을 이리저리 긋고 재는 길인 터라 ‘겉읽기(사실)’를 하겠어도, ‘속읽기(진실)’하고 멀지. “판단하지 마라 = 긋지 마라/재지 마라”야. 그러니까 “판단하지 마라 = 긋거나 재지 말고 생각하라”는 뜻이야. 생각을 하기에 네가 스스로 살고, 네 둘레를 살려. 긋거나 재기에 너부터 마음·몸이 죽고, 네 둘레를 죽여. 씨(씨앗)를 심어야 ‘알’고 ‘살’지. ‘판단력’이 아닌 ‘생각씨’를 심으렴. ㅅㄴㄹ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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