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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왕 수바: 수박의 전설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50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3.6.12.
그림책시렁 1246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
이지은
웅진주니어
2023.5.15.
길들면 버릇으로 가기에 몸이 뻣뻣합니다. ‘길듦·버릇·굳음’은 ‘스스로 새롭게 움직이려는 마음’하고 멀어요. 오늘 우리가 쓰는 말은 아직 ‘우리말’이 아닌, ‘일제강점기에 쳐들어온 굴레’입니다. 시골사람이 예전에 ‘태양·왕·전설’ 같은 한자말을 썼을까요? 시골말은 ‘해·임금·이야기’입니다. 재미난 줄거리를 재미나게 즐기려 한다면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재미’란 ‘재(잿더미)’가 말밑이요, ‘가볍게 날렸다가 부질없이 사라지는 허울’을 나타냅니다. 재미는 잿더미나 ‘장난’에 머물다가 사라지기에, ‘즐거움’이 아닌 ‘재미’로 기울면 ‘생각하지 않아 길들어, 참빛과 속마음을 잊는 굴레’로 나아가요. 《태양왕 수바, 수박의 전설》을 읽으면, 할머니가 수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송합니다. ‘수박’을 다들 진작부터 심었다면 알 테고, 끝맺음에 나오듯 ‘골골샅샅 수박씨가 퍼졌다’란 얼거리는 엉뚱합니다. 빈틈없이 틀을 짜야 하지는 않겠으나 ‘수바·수박’으로 벌이는 말장난을 하려면 ‘삶자취’를 제대로 보아야 할 노릇입니다. ‘수박’은 ‘슈룹·수북·숲·수수하다’하고 얽힌 이름입니다. 그림님이 ‘수박’ 말밑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수’가 붙은 오랜 우리말은 ‘돌봄’을 나타냅니다. ‘핏빛’을 닮은 살점으로 우리를 돌봐 주는 열매가 ‘수박’입니다.
ㅅㄴㄹ
《태양왕 수바》(이지은, 웅진주니어, 2023)
태양 왕 수바입니다
→ 해임금 수바입니다
13쪽
일단 제 얘기를
→ 먼저 제 얘기를
13쪽
아까부터 잘 듣고 있었다
→ 아까부터 잘 듣는다
13쪽
하늘나라의 생명을 보살피는 용입니다
→ 하늘나라 숨결을 보살피는 미르입니다
13쪽
큰 생명부터 작은 생명들까지 고루 잘 보살필 수 있지요
→ 큰 숨결부터 작은 숨결까지 보살필 수 있지요
→ 큰 숨빛부터 작은 숨빛까지 고루 볼 수 있지요
14쪽
그러려면 큰 제사상이 필요해요
→ 그러려면 비나리판을 해야 해요
20쪽
제 기도가 부족했습니다
→ 제 비손이 모자랐습니다
→ 제대로 못 빌었습니다
26쪽
배를 한 척 구해 주십시오
→ 배를 하나 빌려 주십시오
27쪽
이 은혜는 보물로 꼭 갚겠습니다
→ 이 사랑은 빛으로 꼭 갚겠습니다
→ 고마우니 돈으로 꼭 갚겠습니다
27쪽
바다의 신께서 응답을 주시고 계십니다
→ 바다님이 메아리를 해주십니다
→ 바다님이 말씀해 주십니다
28쪽
이 안에 있습니다
→ 여기 있습니다
→ 이곳에 있습니다
40쪽
혼자 수박을 꿀꺽하려는 건 아닐까요
→ 혼자 수박을 꿀꺽하려는 셈 아닐까요
→ 혼자 수박을 꿀꺽하지 않을까요
45쪽
약속대로 용의 보물을 드리겠습니다
→ 말씀대로 미르빛을 드리겠습니다
51쪽
수박 안에 씨가 얼마나 많던지
→ 수박에 씨가 얼마나 많던지
60쪽
팔도강산이 수박으로 넘쳤지 뭐야
→ 온나라가 수박으로 넘쳤지 뭐야
→ 나라가 수박으로 넘쳤지 뭐야
→ 골골샅샅 수박으로 넘쳤지 뭐야
60쪽
이것은 수박의 전설이여
→ 이렇게 수박 이야기여
→ 수박 옛이야기여
6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