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40 어버이
가시냇길(페미니즘)을 밝히는 분이 ‘모부(母父)’라는 한자말을 써서 한동안 어리둥절한 적 있습니다. 낱말책에 없는 이 한자말을 왜 쓰는가 했더니 ‘부모(父母)’란 한자말은 사내(아버지)가 앞에 나오기에 뒤집은 셈이더군요. 오랫동안 사내가 가시내를 억누르고 괴롭히고 들볶고 따돌린 발자취를 알기에 ‘부모’를 버리고 ‘모부’를 쓰는 마음은 넉넉히 헤아릴 만합니다만, 우리말을 사랑하면 어깨동무(성평등)를 훨씬 눈부시게 이룰 만합니다. 오랜 우리말은 ‘어버이’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른일 적에만 쓰는 ‘어버이’요 ‘어머니 + 아버지’ 얼개입니다. 우리말은 늘 가시내(어머니)를 앞세웁니다. 우리말을 쓰면 가시냇길도 어깨동무도 매우 쉽습니다. 아이들은 으레 ‘엄마아빠’라 해요. 아직 낱말책에 없어도 ‘엄마아빠’랑 ‘아빠엄마’는 그야말로 온나라 사람들이 늘 쓰는 낱말입니다. 때로는 ‘엄마아빠’로, 때로는 ‘아빠엄마’로, 즐겁게 두 어버이를 이야기하면서 우리 살림살이를 새롭게 가꾸기를 바라요. 살림을 짓는 자리에서 쓰는 우리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어깨동무(평등)입니다. 오랜 우리말은 누가 누구를 억누르거나 괴롭히거나 들볶거나 따돌리지 않는, 서로 손잡고 돌보는 길을 다같이 수수하게 담았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