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털어서 2023.4.7.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하지만, 참말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있어. 탈탈 털리는데 먼지 탓이 아닌 미운털이라 털리기도 하지. 너랑 네 둘레를 봐. 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네가 ‘털’까?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저지른 잘못이나 말썽을 탈탈 털어서 깨끗하게 거듭나도록 거들거나 돕거나 이끄니?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네가 ‘잘못·말썽을 탈탈 털’ 적에 반기거나 고마워하거나 웃니? 아니면 “이놈이 무슨 괘씸하고 건방진 짓을 하느냐!”고 따지니? 너는 “좋음·싫음”을 안 보고 안 따지고 안 가리면서 털 수 있을 텐데, 네 둘레에서는 ‘네가 안 좋아하는 놈’만 턴다고 여기기 쉬워. 너는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넘어가고 ‘네가 안 좋아하는 사람’만 털는지 몰라. 넌 이불을 날마다 터니? 먼지를 자주 털거나 치우니? 네 몸에 붙거나 묻은 먼지를 털고 싶어? 안 털고 싶어? 네 몸에 먼지가 붙거나 묻거나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먼지구덩이에서 뒹구니? ‘먼지털이’를 틈틈이·꾸준히·자주 하면서 몸이며 마음을 가볍거나 개운하거나 깨끗하게 돌보고 싶니? 털어서 먼지가 나기에 나쁘지 않아. ‘털어낼 먼지가 있을’ 뿐이야. 이불을 털면서 ‘나쁜 기운을 없앤’다고 여길 까닭이 없어. ‘먼지가 아닌 햇살·바람을 머금는’ 길을 가려 할 뿐이지. 털어서 먼지가 안 나기에 좋지 않아. ‘털어낼 먼지가 없을’ 뿐이지. 먼지는 있되 꿈을 키우고 가꾸면서 차근차근 스스로 털 수 있어. 먼지는 없되 꿈도 없는 채 멀뚱멀뚱 하루를 흘리기도 하더구나. 때로는 먼지털이에 푹 빠져서 먼지알갱이를 세느라 넋을 잃더구나. 2023.4.7.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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