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빗질 2023.4.14.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빗을 만해. 그런데 손가락은 다섯이고 좀 굵지. ‘손가락빗질’은 성기게 마련이야. 머리카락을 빗으면 반드르르하는 빛이 나. 가지런히 찰랑이는 머리카락은 햇살을 튕기고 바람을 가려 줘. 그래서 머리카락을 고르려는 ‘참빗’을 깎아서 찬찬히 빗어. 손바닥으로 먼지를 쓸 만해. 그런데 손바닥으로 바닥·마당을 쓸다 보면 꽤 힘들기도 하고, 미처 못 쓴 먼지나 부스러기가 있고, 자칫 손이 찔리거나 긁혀서 다쳐. 그렇기에 자루에 잎줄기를 묶어 ‘비(빗자루)’로 삼지. 집 안팎을 ‘비질(비쓸기)’을 하며 먼지도 치우고 힘도 적게 들고 깔끔하며 즐거워. 집 안팎은 비질을 받아서 반짝반짝해. 서두르지 마. 빗질을 서두르면 어찌 될까? 비가 갑자기 쏟아지면 ‘씻음’이 아닌 ‘무너뜨림’이지. 빗자루질도 참빗질도 서둘러 마구 하면 외려 더 헝클어지고 머리가 아파. 빗질을 세게 해도 그렇지. 세찬 빗줄기는 다 부순단다. 세찬 빗자루질·참빗질도 ‘정갈·깔끔’하고는 아주 멀어. 그리고 빗질이 뜸하거나 없으면 다 먼지구덩이에 더럼구덩판이 되겠지. 들도 숲도 바다도 ‘빗질’이 있어야 할 노릇이야. ‘들빗질·숲빗질·바다빗질’에 ‘살림빗질·마을빗질·마음빗질’을 할 노릇이지. 다만 서두르지 마. ‘틈(시간·공간)이 없는 일’이란 없어. 바쁘다고? 아니야. ‘시간이 없고, 자리가 없다’고 여기는 네 마음이 있을 뿐이야. 틈이 적으니 사랑을 못 보니? 자리가 좁으니 얘기를 못 하니? 아니란다. 네가 마음에 사랑을 두지 않아서 아직 배울 마음틈을 마련하지 않았을 뿐이야. ‘틈’이 아닌 ‘꿈’을 빗질하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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