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까불 2023.5.22.달.
뭘 모르거나 잘못 안다면 까불겠지. ‘키’라는 살림이 있는데, 낟알을 ‘키’로 까부른단다. 절구로 빻아서 ‘겨’를 벗기는데, ‘벗긴 겨’가 바람에 날아가라면서 ‘키’를 까부르지. 가벼운 ‘겉(껍질)’은 묵직히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아. 바람에 휩쓸려 흩어진단다. 까부는 사람은 스스로 넋·얼이 안 섰어. 이들은 둘레에서 떠드는 대로 우르르 몰리면서 시끄러워. 시끄러운 사람들을 봐. 하나같이 가볍단다. 마음과 몸을 가벼이 다스리기에 날개를 펼쳐 바람을 타고서 하늘을 날아다녀. 서로 무겁지 않도록 부드러이 쉽게 나누려는 말이 ‘수다’란다. 그런데 ‘까불까불’ 굴거나 말할 적에는 마음에 깃들거나 스미지 않고 그저 시끄럽거나 어지럽게 날리지. 날뛰거나 널뒤는 ‘말·짓’이 ‘까불’이야. 스스로 설 줄 모르는 채 ‘나는(날아다니는·나다운) 흉내’인 까불이란다. ‘까불꾼’은 마치 하늘을 나는 흉내를 내지만, 흉내로 어찌 바람을 읽거나 알겠니? ‘가벼움’이란, “나아갈 수 있도록 별빛이라는 꿈을 스스로 가득 담아서 나누려는 마음씨”란다. 별빛이기에 날 수 있어. ‘별빛 = 나·나다·날다·낳다’야. 별빛이기에 너일 수 있지. ‘별빛 = 너·넘다·너머·넣다·놓다·놀다·노래·노을·나눔·높’이란다. 내(나)가 너한테 별빛으로 나아가려는 길과 말과 짓이 ‘날다’란다. 내가 너하고 별빛으로 만나려는 사이에 ‘나무’가 있어. 보렴! 나무가 까부니? 나비가 시끄럽니? 너는 어떤 ‘가벼움’이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